DJ,사형선고 23년만에 再審법정에…‘내란음모’공판 출두

  • 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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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재심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 법정에 나와 재판장의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재심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 법정에 나와 재판장의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80년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재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섰다.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지 23년 만이다.

김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함께 재판 시작 10분 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도착, 담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어 “오늘의 재판이 정의와 역사가 살아있음을 밝혀주길 바라며 우리나라 민주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3부 신영철(申暎澈) 부장판사는 재판정에 들어선 김 전 대통령을 맞이하며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 퇴임 이후 건강이 더 좋아지신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전 대통령은 목이 마른 듯 “물을 한 컵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2·12사태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전후한 신군부의 헌정질서 유린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명백한 위법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자유민주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신군부에 대항한 행동은 무죄”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신군부를 용서하느냐”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은 “신군부가 민중을 짓밟고 국민을 살육하고 정권을 가지려한 야심은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한때는 세상이 바뀌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들을 용서했다”고 답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군사법원인 1, 2심에서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에서는 조금 기대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이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을 때 내 주변 사람들까지 나 때문에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견딜 수 없었다”며 “내가 빨리 죽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인간적인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후변론을 통해 “민족과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다 역적으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은 수백년이 지나야만 오명을 벗는데 나는 당대에 이런 기회를 맞게 됐다”며 “법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후세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좋은 판결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결심에서 검찰은 “법률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의견을 밝혔고, 변호인은 “5·18특별법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사건으로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초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한승헌(韓勝憲) 전 감사원장, 설훈(薛勳) 민주당 의원 등이 법정에 나와 재심 과정을 지켜봤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80년 신군부 세력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김대중 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민중을 선동해 일으킨 봉기”로 조작해 김 전 대통령 등 20여명을 연행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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