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한미군 재편 가속화]“輸보다 質” 첨단 기동軍 위주로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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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6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를 공언함에 따라 향후 주한미군의 재편 작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GPR가 그대로 추진될 경우 수년내 대규모 병력 감축을 비롯한 주한미군의 획기적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PR에 대한 정부와 군의 평가=GPR의 핵심은 해외 주둔 미군을 미래의 전장 환경에 완벽히 대처할 수 있는 ‘첨단 기동군’으로 변모시켜 불특정 테러 세력이나 ‘불량국가(rogue state)’들의 위협에 ‘보다 가볍고 빠르며 전투력이 향상된 군대’로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미측과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GPR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또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미 2사단과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한강이남 이전 합의로 일단락되는 만큼 GPR가 ‘추가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군 관계자들은 GPR의 추진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주력인 미 2사단의 경우 전차와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로 중무장, 기동성이 생명인 ‘미래 첨단군’과 거리가 멀어 전력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10개 현역 사단 중 9개 사단을 이라크전에 동원하는 상황에서 2사단을 한국에 반세기동안 고정 배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전략이라는 비판이 미국에서 제기돼온 것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주한미군 감축 불가피 전망=GPR 발표로 1999년 미 국방부가 동아시아전략보고서(EASR)에서 밝힌 미군 10만명 동아시아 주둔 공약이 사실상 폐기됨에 따라 주한미군의 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전망이다.

군 내부에선 ‘병력’이 아닌 ‘능력’을 기반으로 한 GPR가 본격 추진되면 주한미군의 감축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당분간 주한미군의 감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주한미군의 한강이남 재배치가 본격 추진되면 수년내 감축 논의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올해부터 110억달러를 투입해 최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아파치 공격헬기, 무인정찰기 등을 한국에 배치해 주한미군 전력 강화에 나선 것은 주한미군의 질적 개선을 통한 병력 감축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주한미군은 한강이남 재배치를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분쟁 해결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은 미 2사단의 1만4000여명 중 일부 또는 상당수를 줄이는 대신 신속기동군인 ‘스트라이커(Stryker)부대’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방부의 대응=이번 GPR 발표와 관련, 국방부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올 초부터 수차례에 걸친 미래 한미동맹 공동구상 회의를 통해 주한미군 재배치가 대북 억지력이나 한미동맹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데 한미가 공감했다고 국방부는 강조한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기지 이전 작업은 GPR의 핵심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면서 “이로 인해 초래될 주한미군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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