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긍정변화에도 불신감 여전… 일괄타결 접점 안보여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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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의 지난달 30일 평양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함에 따라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다자틀 내의 대북 안전보장’ 방안을 제시한 지 열흘 만에 북한이 이에 호응하고 나온 것은 일단은 긍정적인 조짐이다. 그러나 2차 6자회담을 열기 위해선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참여국들 사이에 사전 조율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2차 6자회담에 임하는 북-미의 입장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북한은 “6자회담이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한 일괄 타결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된다면 6자회담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전을 보이는 것을 전제로 안전보장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어느 한쪽이 입장을 완화하면 될 듯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북한의 일괄타결 해법은 북한과 미국의 요구사항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쉬운 것부터 동시에 이행하자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들인 뒤 북한의 핵폐기 의무를 시작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북한의 핵폐기 상황에 맞춰 안전보장을 하겠다는 미국의 순차적 해법과는 거리가 있다.

또 북-미간의 뿌리 깊은 상호 불신에 비춰볼 때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대북경제제재 완화 및 북-미 외교관계 수립과 미국이 북한에 바라는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폐기의 접점을 찾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 재개는 북핵 국면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선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또 김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키로 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중국이 우려하는 북핵문제의 해결에도 성의를 갖고 접근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조만간 미국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 2차 6자회담의 전략을 숙의할 예정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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