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안인해/中-美 화해기류 놓쳐선 안돼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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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6자회담 개최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다자틀 내에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고 있다. 북한은 ‘서면 불가침 담보’와 ‘동시행동 원칙’이 지켜진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의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방북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중-미관계에서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양국 밀착 때마다 한반도엔 평화 ▼

분단 이후 남북한은 세 차례 남북공동성명서에 합의했다. 동북아 질서는 냉전기와 탈(脫)냉전기를 거치면서 상위구조인 중-미관계와 하위구조인 남북한관계가 비례적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기에 초강대국 소련과 미국간의 팽팽한 세력균형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공동의 적인 소련에 대한 중국-미국의 삼각관계가 성립됨으로써 깨어지게 되었다. 남북한간의 7·4공동성명(1972년)은 중-미간의 데탕트에 따른 상위구조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었다.

1991년 소련의 붕괴에 따른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탈냉전기가 시작되고 미국 유일체제가 등장했다. 상위구조인 중-미관계가 재정립되는 가운데 하위구조인 남북한간에는 남북기본합의서(1991년)가 발효되었다. 이후 탈냉전기가 지속되면서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고 우호적 관계를 복원시켰다. 이러한 호의적인 주변 환경 속에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어 드디어 6·15공동선언(2000년)이 발표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처럼 중-미관계의 개선은 남북한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양측의 공동선언이 가능할 수 있는 대외환경이 조성되었다. 따라서 중-미관계가 악화된다면 남북한 관계도 더불어 악화될 수 있는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미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면서 중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 또한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부르면서 북-미관계, 남북한 관계가 모두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동북아에서의 상위구조와 하위구조의 관계는 동시에 악화일로를 치닫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예외적 상황이 발생했다.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은 전 세계를 ‘적과 동지(foe or friend)’로 구분하는 이분법 속에서 반(反)테러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 왔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르는 경제적 실리와 2008년 올림픽 개최 등 미국과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인식하에 주저 없이 미국편에 섰다. 중-미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되는 순간이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 가면서 중-미간의 적대 관계가 서로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반테러 캠페인에 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밀리에 추진 중이던 새로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마저 노출되자 이를 시인했다. 이에 북-미관계는 전면 동결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간의 직접 대화를 통한 불가침조약 체결을 고집해 왔다. 이를 외면해 온 미국은 이라크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과 6자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기와 기회’ 北의 선택 주목 ▼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과 새로운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를 출범시킨 중국은 안정적인 중-미관계를 조성해 가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압력과 협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북한이 체제 생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서 핵 보유를 인식하는 한, 그들의 핵 의지가 쉽게 바뀔 수 없으리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북한은 주변국들 중 어느 국가도 북한의 핵 보유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6자회담은 1 대 5의 게임일 뿐이다. 북한은 중-미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현 상황을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량은 전적으로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국제정치학ahnyinha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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