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年內실시 불투명]野圈연합 … 총선까지 소모전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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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12차 남북장관급회담 1차 전체회의에서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왼쪽)와 김영성 북측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12차 남북장관급회담 1차 전체회의에서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왼쪽)와 김영성 북측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국민투표’의 성사 여부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야권 3당 지도부가 15일 6인 회동에서 노 대통령 재신임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와 함께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비리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당 지도부는 이날 회동을 통해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두 가지 이유가 △최 전 비서관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압박하고 △재신임 지지 국민들을 신당 지지세로 끌어들여 신당을 띄우려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들이 재신임 국민투표가 측근 비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는 노 대통령의 당초 설명과 달리 고도의 ‘정략’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속공 드라이브’에 밀리는 수세 국면에서 탈피하고, 대통령 측근 비리에 여론의 초점을 다시 모을 반전(反轉)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에서다.

물론 한나라당은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선 아직 ‘조건부’ 수용이라는 어정쩡한 자세다. 대통령 측근 비리 진상 규명과 맞물려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태이다.

당내에서 국민투표 시행을 놓고 정면 돌파와 거부 쪽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도 앞으로 노 대통령의 신임 여부에 대한 여론 추이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투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미흡할 경우 국민투표 시행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병렬 대표가 1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투표) 시기는 12월 15일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야권 3당의 접점은 당분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진상 규명 여부에서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야3당 대표와 총무는 이날 6자회동에서 대통령 측근 비리 진상규명에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이 재신임 국민투표의 ‘조건부 수용론’을 취하고 있는 것을 민주당은 일종의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가 ‘거부’ 쪽으로 급선회하기 어려운 나머지 성사되기 어려운 ‘비리 의혹의 완전 규명’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재신임 투표를 수용한다 해도 우리는 임기 5년의 대통령제 근간을 흔드는 헌정파괴 행위를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통합신당은 야권의 ‘국민투표 반대’ 공조가 굳어질 경우 “질 것이 자명해지자 기득권 연합으로 맞서려는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나갈 방침이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야권3당이 국민투표 저지를 위한 ‘한시적 공조’를 할 수는 있지만 전면적 공조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돈다.

청와대 역시 야당이 끝내 재신임 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틸 경우 ‘위헌’ 논란을 빚을 수 있는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노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내에는 “야당이 반대하는데도 강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물밑 기류가 분명히 흐르고 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투표를 강행했을 경우 치러야 할 엄청난 후유증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감당할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재신임 정국은 이같이 어느 측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게임’이라는 성격 때문에 밀고 당기는 정치적 공방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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