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토지공개념 도입 검토]부동산 정책도 벼랑끝 처방인가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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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소 무리한 ‘극약 처방’을 써서라도 부동산값 급등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연이어 내놓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태우(盧泰愚) 정부 시절인 1990년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3가지 제도를 도입했다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違憲), 또는 일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나오기도 전에 대통령이 더 강력한 대책을 직접 언급한 것은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서민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초강수가 나온 배경은=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중 서울 지역 아파트값은 전월에 비해 1.5% 올라 전국 평균(0.8%)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히는 ‘9·5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또 집값 거품이 임금 및 기업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위기의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1990년대초 토지공개념 제도가 시행된 이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던 선례가 있다는 점도 이번 발언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991년 전국 땅값 상승률(전년 대비)은 12.78%였으나 토지공개념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92년 이후 3년간(92년 ―1.27%, 93년 ―7.38%, 94년 ―0.57%)은 하락했다.

▽찬반 논란이 불가피할 듯=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새로 도입될 ‘토지공개념’ 제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반(反) 시장적 제도로 위헌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반대론과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는 것.

서울시립대 서순탁(徐淳鐸·도시행정학) 교수는 “땅은 택지라는 측면에서 사적(私的) 재화지만 국토라는 측면에서는 공적(公的) 재화로 볼 수 있다”며 “사회 상황에 따라 공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숭실대 김성배(金聖培·행정학) 교수는 “국지적인 집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유재산권의 근간을 흔드는 공개념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보유과세 인상, 공시지가 체계 정비 등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또 서민층에게 매력적인 구호인 ‘토지공개념’이 도입 초기에는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만 시장원리에 위배돼 결국에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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