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 추가 파병, 신중한 결정을

  • 입력 2003년 9월 1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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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청해 온 전투병의 이라크 파병은 신중을 기해 결정할 사안이다. 4월 말 비전투원인 공병부대와 의료지원단 300여명을 이라크에 파견할 때에도 우리 사회는 찬반 의견으로 갈려 홍역을 치렀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때와 같은 갈등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이번의 전투병 파병 요청은 정부가 결정하기에 곤혹스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리 젊은이들을 전쟁 때보다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는 이라크로 보내야만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가 끝내 발견되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대(對)이라크전은 세계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것이 파병 반대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라크 파병이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에 끼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이라는 특수 관계에 있는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관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먼 나라 전쟁’에 대한 명분 다툼과 당장의 안보 이익을 따져보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이라크 추가 파병은 냉철한 국익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부는 파병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선 시간을 두고 광범위한 여론 수렴에 나서야 한다. 파병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설득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라크 파병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은 이 정부의 능력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정치권도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국익을 위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파병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 역시 이 문제로 또다시 우리 사회에 소모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은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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