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核 외교 ‘예술 수준’…北-美상대 능수능란

  • 입력 2003년 9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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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北京) 6자회담(8월 27∼29일)을 주도했던 중국이 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을 한편으로는 어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달래는 외교 전략을 펼치면서 차기 회담 성사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6자회담의 중국 수석대표였던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최근 필리핀 마닐라의 ‘평화를 위한 아시아 의회연합’ 총회에 참석한 뒤 AFP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핵 위기 해결의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6자회담이 차기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끝난 직후 나온 중국측 발언 중 가장 강경한 반응이었다.

중국 외교부 쿵취안(孔泉) 대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4일 “차기 6자회담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가’를 더 논의해야 한다”고 왕이 부부장의 발언을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선(先) 핵 폐기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중국은 또 미국에 이달 중 호주 근해에서 벌일 예정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군사훈련의 연기나 규모 축소를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협상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외교소식통들은 한편으로 최근 중국이 북한 접경지역에 인민해방군 15만명을 배치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북한을 차기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 지도부의 ‘압박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 배치 보도를 부인했지만, 외신들은 북한이 끝내 6자회담의 틀을 거부하고 핵실험에 나설 경우 미국의 대북 공격 및 한반도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기존의 국경 경찰을 인민해방군으로 교체했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올 4월 3자회담 직전에는 북한으로 통하는 송유관을 3일간 폐쇄하는 매우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었다.

한국 외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베이징 6자회담을 성사시킬 때도 그랬지만 이후 6자회담을 살리기 위한 중국의 외교 행보는 한마디로 현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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