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언론정책 변화 조짐?…기자접촉-토론 확대 움직임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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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출신(한국일보)인 이병완(李炳浣)씨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맡으면서 청와대 안팎에서 정부의 대언론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우선 전임 홍보수석이었던 이해성(李海成·MBC 출신)씨가 대선기간 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아무런 인연을 맺지 않은 외인부대 출신이었던 반면 이병완 수석은 대선 때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맡으면서 노 대통령의 연설문과 선거공약의 큰 뼈대를 잡아 대통령과 ‘코드’ 조율을 마친 인물.

이해성 전 수석이 청와대 386 핵심참모들과 이렇다 할 교류를 가질 기회가 없었던 반면 이병완 수석은 민주당과 인수위 활동 경험을 통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인사에서 홍보수석 교체를 계기로 부대변인 3자리 중 2자리를 없애고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인 권영만(權寧晩)씨에게만 부대변인 역할을 맡겨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을 보좌하도록 창구를 단일화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직속기구인 위원회와 태스크포스에서 생산되는 각종 대통령 국정과제 보도관련 자료를 청와대에서 발표하지 않고 해당 부처에서 내놓도록 방침을 바꿨다. 청와대가 세부적인 정책에까지 매달려 부처에 자율권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위원회에서 정책결정권을 대부분 갖고 있어 발표창구만 바꾸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앞으로 노 대통령에게 집중적인 조명을 비추던 언론보도 전략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청와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브리핑제도를 도입하면서 대통령 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고 대통령의 공식일정도 취재기자단(풀기자)에게 모두 공개하던 것을 앞으로는 가려서 공개하겠다는 것. 이는 잦은 대통령의 말실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복안에서 나온 듯하다.

기자접촉을 가급적 피하겠다는 방침에도 일부 변화 기류가 포착되는 모습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지라는 대통령 지침은 무조건 기자들을 피하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앞으로는 개별적으로 만나 토론하는 기회도 많아지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병완 수석이 정책실의 기획조정비서관과 정무수석실의 정무기획비서관 경험을 한 것도 홍보수석실 업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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