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해법 입장변화 없다” 시위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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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6자회담을 앞두고 13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환과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일단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 배경엔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정부의 견해나 태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담화’의 형태로 입장을 밝힌 것은 유심히 살펴볼 대목이다. 이는 발표 형식면에서 중앙통신과의 기자회견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린 것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서의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최근 밝힌 대북 체제보장 방안을 북한이 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도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다.

한미일과 중국 러시아가 공들여 만든 대북제안을 북한이 이처럼 거부하고 나선 것은 회담에 앞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미리 꺼내 보임으로써 다른 회담참가국들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계산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세종연구소의 백학순(白鶴淳) 남북한관계 연구실장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반드시 핵을 포기하라’는 미국의 주장을 순순히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행동은 6자회담에서 미국에 맞서 북한측 입장을 두둔, 옹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북한이 스스로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이상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 미국과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불가침 조약에 서명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북한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은 그동안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므로 6자회담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의 강경한 태도가 한미일 3국의 협상파들을 어렵게 만들고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밝힌 입장을 회담에서 고수한다면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은 회담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개연성이 크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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