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베리아철도大의 南北 유학생들

  • 입력 2003년 6월 2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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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국립철도대에 유학중인 북한 학생들 중 한 명이 교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북한 학생들은 수업에 꼭 정장차림으로 참석한다.-사진제공 시베리아철도대

경의·동해선 철도연결식 다음날인 15일 러시아 철도관련 대학으로서는 최고 명문인 시베리아국립철도대를 찾았다.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이 대학에는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에 대비한 철도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한국측에서 15명, 북한측에서 24명의 학생이 파견돼 유학 중이다.

마리나 사마르다크 국제담당 부학장은 “지난해 2월 한국 국립철도대의 주선으로 한국 유학생들이 먼저 왔고 5개월 후 북한 유학생들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북한 학생들이 러시아에 유학 온 것은 90년대 초 한-러 수교에 항의해 일제히 철수한 지 10여년 만의 일.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후의 화해 분위기와 2001년 러시아를 방문했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특별지시 때문이었다.

이들은 철도경영을 비롯해 터널 교량 건설과 통신 등 철도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배우며 한반도-시베리아 철도가 연결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탓인지 한 강의실에서 공부하며 기숙사도 이웃 동에 살고 있는 남북 학생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어색하게 지내는 듯했다.

한국 유학생 최평화(崔平和·21)씨는 “지난해 평양철도대 총장이 이곳을 방문해 ‘사이좋게 서로 도와가며 지내라’고 당부했으나 아직까지 북한 학생들은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유학생들은 6명의 대학원생들을 제외하면 82∼84년생들로 한국 유학생들과 비슷한 또래.

북한 유학생 이희동(20) 선진성씨(20)는 “남조선 학생들을 일부러 피하는 것이 아니고 학업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진은 학업에 큰 성취를 이룬 다음에 찍자”며 끝내 거절했다.

하루 일과를 묻자 이씨는 “아침에 모여 2시간씩 구보를 하고 수업이 끝난 뒤 기숙사로 돌아와 ‘자체 복습’을 한다”고 말했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공부도 잘 한다”며 휴일에도 축구나 탁구로 체력을 단련하고 부족한 공부를 보충한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은 북한 학생들이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하나같이 공부를 잘해 ‘우등생 집단’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친근하고 붙임성이 좋아 러시아 학생들과도 잘 어울려 인기가 좋다.

그러나 남북한 학생들 모두 철도연결과 통일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 유학생 최씨는 “철도만 연결되면 시베리아가 뜰 것”이라며 “시베리아를 무대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온 선씨도 “통일시대에 대비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노보시비르스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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