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勞편향" 재계 불만 폭발…경제5단체 긴급성명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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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제 5단체 회장·부회장단 긴급회동이 끝나고 부회장들이 기자회견장에 앉았다. 이들은 “노동계에 더 이상 밀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을 주고받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 앞선 회의에서 회장단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 먹혀드는 최근의 노사관계 흐름과 관련해 정부에 강한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을 못 하겠다=두산중공업의 노사분규, 철도노조의 파업, 화물연대 파업, 조흥은행노조의 파업 등이 있을 때마다 재계는 노조의 자제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날 경제 5단체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은 ‘총체적 경제파탄’ ‘노조의 망국적 처사’ ‘국가의 총체적 통제기능 상실’ 등의 표현이 보여주듯 유례없이 강도가 높았다.

조남홍(趙南弘)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이런 호소에도 반응이 없다면 ‘힘없는 기업’이 무엇으로 대응하겠느냐”면서 “불법파업이 계속된다면 장사 안하고, 투자 줄이고, 해외로 가는 수밖에 없으며 이미 10여건의 외국인 투자가 노조 파업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가 불법적인 파업을 계속하고 정부가 이런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는다면 기업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노사문제에 따른 투자위축과 실업증가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기업이 아닌 노동계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대로 한다=이날 현명관(玄明官)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회견장에서 “지금과 같은 시기라면 기업이 기댈 곳은 법밖에 없다”며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가압류,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전경련 관계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깨어진 두산중공업 사태,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민영화에 반대한 철도 노조와 조흥은행의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을 볼 때 더 이상 정부에 ‘법과 원칙’을 기대할 수 없다는 허탈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타결된 조흥은행 파업과 관련해 경총의 조 부회장은 “조흥은행 노조와 신한금융지주회사가‘조흥은행은 파업과 관련해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합의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런 식으로는 후속 분규를 막을 수 없다”면서 불법파업 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김효성(金孝成)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도 “조흥은행의 독립경영을 3년간 보장하고 조흥은행의 임금을 3년 만에 신한은행 수준으로 올려주려면 뭐하려고 지금 합병하나. 3년 있다가 합병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더 나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조 부회장은 “노 대통령이 얼마 전 ‘노조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제대로 본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노사문제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업측의 실망감과 함께 ‘애타는 바람’을 동시에 내비친 것이다.

경제 5단체 성명서 주요내용
대상경제계의 현실인식요구내용
노동계―투쟁일변도 파업은 피해가 근로자 자신과 전체 국민경제에 돌아가는 ‘망국적 처사’―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산하 주요조직을 동원해 경쟁적으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볼모로 한 총파업 기도, 세력과시를 통한 사회혼란 야기―총파업 즉시 중단
정 부―이익단체의 목소리와 정치논리에 따른 문제해결방식이 경제난국 가중―‘밀면 밀린다’는 힘의 논리 만연되면 경기침체뿐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 통제기능 상실 우려―총파업 위협에 밀려 주요정책결정 변경하는 등 법과 원칙 깬다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불가―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와 결단력, 행동으로 보여줄 것
정치권―노동계를 포함한 이익집단에 대한 인기영합과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해왔음―국가적 경제난국 극복이 일차적 책무임을 인식해야―여야 협력으로 사회안정과 경제회복 관련 입법에 진력해줄 것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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