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5% 스크린쿼터 축소-폐지 찬성”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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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은 13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가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데 찬성하거나 축소해도 무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스크린쿼터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스크린쿼터는 연간 146일로 되어 있으며 미국은 한미 투자협정(BIT) 체결의 조건으로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또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1998년부터 BIT 협상을 벌이면서 스크린쿼터를 70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날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경제계측은 “한미 투자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스크린쿼터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를 절대 줄일 수 없다”며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청와대측은 “국익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스크린쿼터를 단 며칠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를 논의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가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며 거절했다.

회의에 참석한 노재봉(魯在峯)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영화인들이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면서 “스크린쿼터 절대 수호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제계 인사들은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되 영화산업에 피해가 있으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도입하는 방안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배사들의 배급망 독점을 막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영화계측은 “한미 투자협정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경제계측 주장은 미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는 영화계에서 배우 출신의 장미희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과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이창무 서울시극장협회장이 참석했고 학계에서는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노재봉 KIEP 연구위원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시민단체에서는 양기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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