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남북경협 성사배경]北 '訪美' 불만 감추고 쌀 챙기기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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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나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제5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의 가장 큰 관심은 북한 핵 문제와 남북경협이 어떤 형태로 정리될 것인지에 모아진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주 방미 과정에서 북핵과 남북경협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북한이 이번 회담에 임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불만을 품고 회담에 불응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으나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쌀을 받기 위해 일단 실리추구 차원에서 이번 회담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북핵-남북경협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할 수도 있다. 또 지난달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 시인으로 북-미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완전 고립을 모면키 위해 남북대화 채널을 계속 열어 놓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핵이 남북경협에 준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경추위가 열리더라도 실질적인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지만 북측은 6·15 공동선언 정신에 따른 ‘민족 공조’ 문제를 강조하면서 남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북한이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가입해 국제규범화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정면 도전하고 이를 깔아뭉개면서 ‘우리(북한)는 핵을 보유했다’고 하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은 남북경협이 북핵과 연계돼 있음을 재확인해주는 것이다.

이는 어떤 면에선 미국 등이 북핵 문제와 관련, 대북 제재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조류를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장 주요한 현안인 대북 쌀 지원의 경우 북한은 10차 남북장관급회담(4월27∼29일)에서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여론의 부담 없이 이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지원량과 시기는 북한이 회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또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사업과 현재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중단된 금강산관광의 재개 문제에 관해서도 이견이 예상된다. 다만 개성공단 착공식은 남북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하기로 의견접근을 본 상황이어서 이번 회담을 통해 착공일자를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남북경협이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5차 경협추진위원회 주요 의제와 남북한 입장
의제한국 입장북한 입장
북핵과 남북경협 연계북핵이 해결돼야 남북경협 활성화6·15공동선언 정신에 따른 민족공조 주장
경의선 동해선 연결사업상반기 내 경의선 연결, 이른 시일 내 동해선 연결연결 시기 언급 없이 경의선과 동해선 동시 완공 주장
개성공단 착공식빠른 시일 내 착공식 진행남측 의견과 차이 없음
금강산 관광 사업육로관광 조속 재개 및 해로관광 재개사스 문제 해결 뒤 관광 재개
대북 쌀 지원먼저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촉구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지원 요구
기타 현안임진강 수해방지 위한 현지조사 조기 실시임진강 수해방지 문제 협의 의사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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