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核 수출 봉쇄"]‘核대가’ 벼랑끝전술에 쐐기… 北위기감 커질듯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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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정책을 플루토늄 생산 억제에서 수출 중단으로 전환키로 했다는 5일자 뉴욕 타임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까.

보도가 맞는다면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진척 상황을 검증키 어려운 현 상황에선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과 재처리 프로그램을 동결시키기가 힘들다는 현실에 따른 전술 변화이지 ‘북핵 포기’라는 원칙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핵 문제를 체제 유지와 관련되는 사활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일단 미국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술 변화는 얼핏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한계선(red line)’의 기준이나 핵 폐기 압력을 다소 완화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봐주기 위해 그 같은 조치를 취할 개연성은 거의 없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4일 “미 행정부의 장기 전략은 북한의 모든 핵개발 계획 폐기”라며 “북한이 핵무기 계획을 폐기하지 않으면 어떠한 대북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 아무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이 ‘핵 수출 중단’ 우선으로 전술을 바꾼다는 것은 오히려 앞으로 대북 봉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의 미국에 대한 위기의식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 수출 선박을 예멘 근처 수역에서 나포했다가 풀어준 적이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수출을 본격적으로 제재하기 시작하면 북한의 경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플루토늄 재처리 중단’을 협상카드로 활용해 미국의 지원을 얻어내려는 전략을 써왔는데, 이는 미국이 ‘핵 생산 억제’ 방침을 유지할 때만 유용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술 변화는 북한의 협상 전략에도 차질을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미국의 전술 변화 진의가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마땅히 대응 카드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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