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업자'와 대접론

  • 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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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동체의 살림살이인 국정은 몇몇 사람의 ‘동업’에 그칠 수 없다. 따라서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이 된 이상 과거의 정치적 동업관계도 청산해야 마땅하다. 또한 권력자를 ‘대접’하는 것은 언론의 기능이 아니다. 권력행위에 대한 평가와 권력자에 대한 대접을 혼동해선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어법을 감안하더라도 그제 TV토론에서 밝힌 측근관과 언론관은 동의하기 어렵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하는 국정과 개인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사업은 다르다. 뜻을 같이하는 ‘동지’라면 몰라도 생업을 같이하는 동업자라는 표현은 대통령과 국정의 격에 맞지 않는다. 만약 국정에도 동업 개념을 적용한다면 전 국민적인 동업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굳이 ‘오래 전부터 동업자’라고 하면서 나라종금사건에 연루된 안희정씨를 감싼 것엔 특별한 곡절이 있는 듯하다.

“안씨는 나를 위해 일했고, 나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고 있다”거나 “안씨는 사리사욕을 위해 일한 사람이 아니다”고 한 노 대통령 얘기는 곱씹어 볼 대목이 많다. 검찰도 이제 진상규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한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제언, 감시와 견제가 본연의 역할인 언론에 권력자가 대접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언론엔 달라질 것을 주문하면서도 이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대접이 왜 예전 같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다. ‘눈에는 눈’ 식으로 언론을 홀대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유치하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언론개혁이라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강조해 온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도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동업자론의 바탕에 깔린 안타까움이나 대접론의 바탕에 깔린 섭섭함엔 ‘내 편’ ‘네 편’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이 묻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는 노 대통령이 말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善意)를 인정하는 열린 자세’를 가졌다고 할 수 없다. 권력과 언론은 상호 열린 자세가 최고의 대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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