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후보 인사청문회]野 "헌법3조 영토조항에 위배"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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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청문위원들의 잇따른 ‘추궁성 질문’에도 표정을 크게 흐트러뜨리지는 않았다. -서영수기자
22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청문위원들의 잇따른 ‘추궁성 질문’에도 표정을 크게 흐트러뜨리지는 않았다. -서영수기자
“북한은 정부를 참칭(僭稱)하는 반국가단체냐, 아니냐.”

22일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북한과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고 후보자는 이날 “지금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규정은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와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등 두 가지로 돼 있다”며 “그러나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를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할 경우 북한은 어떻게 변하더라도 반국가단체임을 면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 후보자는 이어 “정부 참칭 단체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반국가단체 여부는 ‘국가를 변란할 목적이 있는 단체’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고 교류협력이 활발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은 “한반도와 부속도서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헌법 3조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까지 한반도 일부를 강점하고 있는 ‘정부 참칭 단체’임이 분명하다”며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의 그런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논란은 일차적으로 현행 헌법 제3조와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을 명시한 헌법 제4조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이 있는 한 북한은 무력통일의 대상이지만 헌법 제4조의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북한을 적대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이같이 최상위법인 헌법조항간의 충돌이 국가보안법 해석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허영(許營) 명지대 석좌교수는 “대북정책의 사법적 모순은 북한이 반국가단체이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교류 협력을 해야 하는 이중적 대상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헌법 제3조와 제4조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고 후보자는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은 선언적인 규정”이라며 영토조항의 의미를 축소했으나 홍준표 의원은 “제3조는 구속력을 갖는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성낙인(成樂寅) 서울대 법대 교수는 “독일의 경우 헌법상 영토조항이 서독에 국한돼 있어 우리 상황과 엄연히 달랐다”며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여러 차례 반국가단체 규정 등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해 ‘한정(限定)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이처럼 북한이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고육책이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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