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언론 보도에 대해 ‘긍정’ ‘단순’ ‘건전 비판’ ‘악의적 비판’ 같은 모호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을 모든 정부 부처에 내려보내 하루 한차례씩 보고를 올리라고 한 것은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오보 문제만 해도 해당 공무원이 눈 딱 감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버리면 엄연한 사실조차도 오보가 되어버리는 마당에 정부 당국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건전’이 ‘악의’로, ‘악의’가 ‘건전’으로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각 부처가 이 지침을 자기변호나 변명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해도 딱히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분류된 각각의 통계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비판적인 언론과 언론인을 분류하고 감시하는 기초 자료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 ‘잘 모른다’는 조 처장의 답변은 이 지침을 실행에 옮기더라도 혼란을 빚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어쩌다 이처럼 언론 역사에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청와대가 다른 국가적 중대사를 제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매달려 행정력과 세금을 낭비해도 되는 것인지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다.
청와대는 이 지침에 대해 국정을 모니터하겠다거나 일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차원이니 하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어떤 말도 구차한 설명이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질의에서 조 처장이 청와대에 이 지침의 철회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여 지침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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