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社 비중 전체 시장의 44% 방송3社는 광고 85% 독과점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57분


코멘트
1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오간 심재권(沈載權·민주당) 의원과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의 문답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가 시장지배적(독과점) 사업자임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신문시장을 ‘메이저 3사’가 독과점하고 있다는 법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언론학자들은 “방송은 제쳐두고 중앙일간지만 떼어내 ‘여론 독과점’을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논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상태인가〓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2년 전 자료를 토대로 독과점사업자를 매년 선정해 발표했으나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1999년부터 중단했다.

지금은 불공정거래행위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4조를 근거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 법 4조는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사의 점유율이 75%를 넘을 때 독과점사업자로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우리 위원회가 신문시장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 사례는 아직 없고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정위 당국자는 “3사의 시장점유율을 계산할 때 신문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봐야 할지, 중앙일간지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봐야 할지 정해진 기준은 없다”면서 “전문가들이 깊이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효율성의 결과로 독과점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독과점이 나쁜 것은 아니다”며 “예컨대 포스코(옛 포항제철)는 경쟁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국내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사 점유율 75% 넘나〓심 의원의 보좌관은 “99년 현재 3사가 중앙일간지 총 매출액의 75%를 넘는다는 이야기를 문화관광부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디어경영연구소의 ‘2001년 신문경영분석’에 따르면 메이저 3사의 매출액 비율은 종합일간지의 67.8%, 신문 전체의 44.0%로 나타났다. 또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3사의 2002년 매출액 비율은 서울지역 10개 종합일간지(경제지 제외)의 69.6%로 나타났다.

더구나 경제논리가 아니라 여권이 주장하는 ‘여론독과점’ 논리로 본다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3사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낮다.

▽언론학자들이 보는 ‘여론 독과점’ 논란〓숙명여대 박천일(朴天一·언론정보학) 교수는 “3사가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생각은 매체수가 적었던 70, 80년대에나 가능한 이야기”라면서 “국민은 신문 외에도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방송광고시장의 85% 정도를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용중(趙庸中) 전 ABC 협회장은 “90년대 일본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을 조사했을 때 이른바 ‘조매독’(朝每讀·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의 시장점유율이 80%를 넘었다”며 “그런데도 여론시장이 편중됐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박영상(朴永祥·신문방송학) 교수는 “정보는 일반 재화와 달리 한 사람의 사용이 다른 사람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신문시장을 공정거래법상의 다른 일반 재화와 똑같이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독자들은 세 신문의 논조와 기사에 대해 동의하기 때문에 점유율이 높은 것”이라며 “영화 ‘박하사탕’의 관객이 100만명, 200만명이 넘었다고 해서 다른 영화와의 형평성을 위해 관객을 20만명으로 줄이자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