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문시장을 ‘메이저 3사’가 독과점하고 있다는 법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언론학자들은 “방송은 제쳐두고 중앙일간지만 떼어내 ‘여론 독과점’을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논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상태인가〓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2년 전 자료를 토대로 독과점사업자를 매년 선정해 발표했으나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1999년부터 중단했다.
지금은 불공정거래행위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4조를 근거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 법 4조는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사의 점유율이 75%를 넘을 때 독과점사업자로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우리 위원회가 신문시장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 사례는 아직 없고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정위 당국자는 “3사의 시장점유율을 계산할 때 신문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봐야 할지, 중앙일간지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봐야 할지 정해진 기준은 없다”면서 “전문가들이 깊이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효율성의 결과로 독과점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독과점이 나쁜 것은 아니다”며 “예컨대 포스코(옛 포항제철)는 경쟁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국내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사 점유율 75% 넘나〓심 의원의 보좌관은 “99년 현재 3사가 중앙일간지 총 매출액의 75%를 넘는다는 이야기를 문화관광부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디어경영연구소의 ‘2001년 신문경영분석’에 따르면 메이저 3사의 매출액 비율은 종합일간지의 67.8%, 신문 전체의 44.0%로 나타났다. 또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3사의 2002년 매출액 비율은 서울지역 10개 종합일간지(경제지 제외)의 69.6%로 나타났다.
더구나 경제논리가 아니라 여권이 주장하는 ‘여론독과점’ 논리로 본다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3사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낮다.
▽언론학자들이 보는 ‘여론 독과점’ 논란〓숙명여대 박천일(朴天一·언론정보학) 교수는 “3사가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생각은 매체수가 적었던 70, 80년대에나 가능한 이야기”라면서 “국민은 신문 외에도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방송광고시장의 85% 정도를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용중(趙庸中) 전 ABC 협회장은 “90년대 일본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을 조사했을 때 이른바 ‘조매독’(朝每讀·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의 시장점유율이 80%를 넘었다”며 “그런데도 여론시장이 편중됐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박영상(朴永祥·신문방송학) 교수는 “정보는 일반 재화와 달리 한 사람의 사용이 다른 사람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신문시장을 공정거래법상의 다른 일반 재화와 똑같이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독자들은 세 신문의 논조와 기사에 대해 동의하기 때문에 점유율이 높은 것”이라며 “영화 ‘박하사탕’의 관객이 100만명, 200만명이 넘었다고 해서 다른 영화와의 형평성을 위해 관객을 20만명으로 줄이자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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