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中 3者회담 합의]北 “한국은 배제”… 4者 확대 불투명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57분


코멘트
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3자회담 개최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한국이 다자대화의 출발점인 3자회담에서는 제외됐지만,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회담의 틀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주요 당사자로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3자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의 의견”이라며 “3자대화가 시작된 이후에는 우리의 참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자회담에서 의제 등을 협의한 뒤 대북 경제지원 같은 본격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우리가 참여해 4자회담으로 틀을 넓힌 뒤, 이어 6자회담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에 따른 대규모 경제지원이 이뤄질 경우 3자회담 참여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다자대화 구상을 제시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윤 장관이 이날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 장소에서 논의되는 사안으로 초래되는 부담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을 향해 ‘못’을 박기도 했다. 93년 1차 핵위기 때는 북-미간의 제네바합의에 따라 경수로사업비의 상당부분(70%)을 우리가 부담했지만, 이젠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여하튼 북한과 미국 중국 3자가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이번 3자회담은 그때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반도 정세가 극적인 전환을 이루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자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회담 성사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이 한국의 참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희망대로 4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다자회담의 특성상 참여국 수가 늘어날수록 결론도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3자회담을 비롯해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대북 지원 분담문제를 놓고 관련국들이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도 이런 점을 모르진 않지만, 적어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평화가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 장관은 또 “북핵 문제로 인해 야기된 상황의 심각성과 시기를 놓쳐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감당해야 할 부담요인 등을 고려했을 때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3자회담 수용의 ‘실리’를 주장했다.

정부가 ‘한국 배제’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과감하게 ‘실리’를 택한 배경에는 93년 핵위기 때와는 달리 현재의 남북관계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일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10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북한의 요구로 연기됐지만,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