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중앙청사 통합브리핑룸 설치]취재공간 제한 '또다른 통제'

  • 입력 2003년 4월 9일 19시 10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기자실 개편 방안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일단 국무총리실 교육인적자원부 외교통상부 통일부 행정자치부 등 서울 정부중앙청사 내 5개 부처의 기자실을 없애고 통합브리핑룸을 만드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 방문 취재를 금지한 데 이어 내실있는 운영방안을 확정하기도 전에 브리핑제부터 도입할 경우 취재 제한으로 인한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중앙청사=본관과 구름다리로 연결된 별관 4층에 5개 부처 출입기자들을 위한 통합공간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민감한’ 사안이 많은 외교통상부 등 몇몇 부처들은 별도의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홍보처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기자실을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별관에 설치할 통합브리핑룸은 개방 원칙에 따라 언론사별 지정좌석은 없으며 먼저 오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한다. 또 기사송고실 4개를 5개 부처 출입기자들이 함께 사용하게 돼 출입처 구분도 없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중앙청사 통합기자실 출입기자는 300∼500명으로 예상된다”며 “브리핑룸 운영비용과 사물함 이용료는 실비 수준으로 기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5개 부처는 대부분 홍보처의 방침에 따른다는 분위기다.

▽과천청사=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는 재정경제부 노동부 환경부 등 경제 사회분야 10개 정부 부처 공보관들도 7일 회의를 갖고 기자실을 개방형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추진 방침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홍보처측은 “과천청사는 재경부가 기자실 개편 방안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10개 부처가 함께 사용할 대형 브리핑룸 후보지로 청사 입구 안내동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사회부처는 통합브리핑룸 설치와 상관없이 기존의 기자실을 기사송고실 등으로 개편해 계속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기자실은 기사 송고 편의를 위해 그대로 두는 대신 먼저 오는 기자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간부도 “기존 기자실을 폐쇄하더라도 소규모 취재지원실은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정부중앙청사 내 5개 부처 출입기자들이 사용하는 통합브리핑룸이 본관(국무총리실 교육부 통일부 행자부 입주)이 아닌 별관(외교통상부 입주)으로 정해짐에 따라 충실한 브리핑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장차관 및 국실장들이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브리핑룸을 찾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공무원 면담 취재를 위해서는 본관과 별관을 오가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브리핑 내용이 얼마나 충실할 것이냐는 점이다. 같은 방식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청와대의 경우 ‘부실한 브리핑’이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브리핑 내용을 보충취재하려 해도 업무 중에는 사무실에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의 허락을 받아 미리 정해 놓은 곳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자와의 접촉 사실이 노출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취재에 소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공동브리핑룸이나 브리핑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브리핑’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보장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또 그동안 외교관계나 북한 문제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정부측의 필요에 따라 유지해 온 엠바고(일정기간 보도자제 요청)나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전제) 브리핑도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렇게 된다면 언론사보다 일을 성사시켜야 하는 정부가 더 괴로워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