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상보안 이 수준밖에 안되나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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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3명이 동해안으로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과 해경이 유지하고 있는 해상 경계태세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자 그대로 동해안 해상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해를 피해 어떻게든 자유를 찾겠다며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분노가 치민다.

북한 주민들은 주문진항 앞 2마일 해상에 도착해 배를 정치망에 묶은 뒤 불을 피우는 등 귀순을 알리기 위해 애썼지만 군경은 이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해안경비를 담당하는 육군측에서 목선을 발견해 해경에 통보했으나 “우리측 청어잡이 배”라며 묵살했다는 대목에서는 기가 막힌다. 밤중에 불까지 피워 신호를 보내는 의심스러운 선박에 대한 확인절차가 그토록 부실했다니 해안경비가 바다 구경이나 하라는 것인지 한심스럽다.

결과적으로 군경은 우리측 어선이 북한주민을 발견해 신고할 때까지 6시간이 넘도록 북한 선박의 도착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해상경계가 주임무인 현지 군경이 눈을 감고 있지 않았다면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일은 발생할 수 없을 것이다. 96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해상경계태세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서해에서 북한의 도발로 대규모 교전이 벌어진 것이 불과 10개월 전이다. 북한 주민의 귀순이 아니고 간첩침투나 무력도발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대북 경계심이 줄어들고 군경의 기강이 해이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북 경계태세를 재점검하고 기강을 추스를 때가 됐다.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먼저 만반의 대비책을 갖춰야 한다. 군경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위를 조사해 책임소재도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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