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내년 하반기로 연기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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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청와대가 3일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특정 업종에 국한해 시범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전면 시행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차질이 생겼다.

또 고용허가제 법안이 상반기 중 국회를 통과한다는 전제로 불법체류자의 출국기한을 8월 말까지 유예한 법무부의 조치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노동부 하갑래(河甲來) 고용정책심의관은 4일 “앞으로 정치권과 고용허가제 시범 실시 대상 업종 방법 기간 등을 논의해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관리조직 및 전산시스템을 갖추려면 빨라야 내년 7월 정도에나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심의관은 또 “일부 업종에 대한 고용허가제는 그 전에라도 실시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이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담을 고용허가제 법안의 제정이 크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월 말 출국기한이 끝나는 불법체류자들의 출국기한을 8월 말로 늦춰준 법무부도 다시 대책을 세워야 할 형편이다.

2월 말 현재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력은 28만7800여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8월 말까지 출국해야 하는 불법체류자는 약 15만7000명에 이른다.

법무부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출국기한을 또 다시 유예하면 정부의 공신력이 깎일 수 있다”며 “고용허가제 법률 제정이 계속 늦어지면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고쳐 단순기능인력에 대한 별도 취업체류자격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민주당과 청와대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4일 발표한 성명에서 “고용허가제 전면시행 유보는 사업주에 굴복해 사실상 고용허가제를 포기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노동개혁을 위한 현 정부의 첫 입법인 고용허가제가 좌초한다면 이는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허가제는 특정 사업주에게 고용되는 조건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장 3년간의 취업비자를 내주는 제도로 외국인 근로자는 산재보험 최저임금 단체행동권 등에 있어 내국인 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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