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쌀지원 정부입장 혼선]애매모호한 자료… 뒤늦게 “와전”

  • 입력 2003년 3월 1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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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가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된 ‘대북(對北) 쌀 지원’과 관련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5일 ‘매년 300만섬씩 3년 동안 대북 쌀 지원’과 관련해 “농림부의 건의가 있었지만 이는 결정된 정책이 아니며 일부 사실관계가 와전됐다”고 직접 해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 방침의 혼선, 정부의 모호한 보도자료와 설명, 뒤늦은 해명 등이 맞물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또 앞으로 정부 당국에 대한 언론의 직접 확인 취재가 어려울 경우 이런 문제점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전말을 소개한다.

농림부는 13일 오전 11시반 김영진(金泳鎭)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날 노 대통령에게 보고할 농림부 주요 현안 보고 내용을 미리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대신 보도시점은 14일 낮 12시 이후로 해 줄 것을 요청해 기자들이 받아들였다.

농림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고 쌀의 처리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매년 300만섬 수준의 ‘특별재고처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업분야 남북고위급회담을 만들어 북한동포의 식량난 완화와 농업개발을 지원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300만섬 수준의 대북 지원을 특별재고처리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농림부 출입기자들은 농림부의 설명을 ‘앞으로 3년간 300만섬씩의 대북 지원을 추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현실적으로 특별재고처리를 할 경우 대북 지원 외에는 다른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별재고처리 방식과 관련해 일부를 주정(酒精)용 등으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런 ‘기타 용도’를 제외한 대북 지원의 지난해 실적 및 올해 계획이 각각 278만섬과 300만섬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연합뉴스는 14일 낮 12시부터 일반에 공개한다는 조건을 붙여 ‘3년간 매년 300만섬 대북 지원’을 14일 오전 7시에 보도했다. 이어 이날 석간신문과 방송이 잇따라 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조간신문들은 15일자에 보도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연합뉴스 및 석간신문에 이 내용이 보도된 뒤에도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4일 오후 3시가 넘어서 ‘올해 300만섬, 이후 여건에 따라 지원’이란 공보관 명의의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이어 청와대는 15일 “3년간 매년 300만섬 지원은 사실관계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림부 당국자는 17일 “3년간 매년 300만섬 규모를 대북 지원 형태로 특별재고처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한 목표”라고 밝혀 당초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이 ‘3년간 대북 지원 추진’과 별 차이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기상이변이나 남북대화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농림부 내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 계획을 내놓으면서 미리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실무협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림부 출입기자 상당수도 처음 농림부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후 맥락을 감안해 자연스럽게 ‘3년간 300만섬씩 대북 쌀 지원’으로 이해하고 더욱 정확한 내용을 확인 취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성하고 있다.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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