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한총련 합법화 검토 지시 파문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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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이적성 여부와 소속 대학생들의 수배 문제를 재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17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언제까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간주해 수배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며 “이는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만큼 (법무부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가보안법이 존속하고 대법원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라고 계속 선고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001년 9기 한총련이 강령을 일부 변경했지만 대법원이 9기 한총련 간부는 물론 10기 의장 등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유죄를 계속 선고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총련은 2001년 이적성의 근거가 된 ‘연방제 통일방안’을 삭제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일 강령으로 채택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령이 수정돼도 한총련의 근본 성격과 활동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바뀌지 않아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실정법 적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관계자는 “한총련에 가입한 대학의 경우 단과대 학생회장 이상이면 자동으로 한총련 대의원이 돼 수배자가 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공론화해 보자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전향적 검토 지시에 따라 대검 공안부는 법 적용은 불가피하지만 ‘최소의 원칙’을 더욱 폭넓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총련의 사회적 영향력이 축소되고 남북관계가 진전됐기 때문에 형사 처벌은 한총련 고위 간부에 그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한총련 하부 조직에 가입한 사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처벌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그러나 핵심 중앙 조직원이거나 불법 집회를 주도한 경우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장기 수배 상태인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수배 해제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앞으로 한총련의 변신과 대응 방식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총련도 이적 단체로 규정된 이상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치거나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국민에게 뚜렷하게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야 법조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총무인 임광규(林炚圭) 변호사는 “국가 안전에 대한 위협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하고 법원이 판단하고 있는 문제인데 (대통령이) 검사와 판사의 직무 유기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인 김인회(金仁會) 변호사는 “한총련 관계자 처벌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이 97년 3월 한총련(5기)에 대해 이적단체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6년여 동안 이 단체 간부 146명이 수사기관의 수배를 받고 있다. 현재 구속돼 수감 중인 간부는 13명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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