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업무보고]'쌀 北지원' 통일부와 협의없이 발표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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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농림부장관이 1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김영진 농림부장관이 1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농림부가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고한 현안 업무 중 눈에 띄는 것은 대북(對北) 쌀 지원과 대규모 농가지원대책이다.

북한에 매년 300만섬(43만2000t)씩 3년간 쌀을 지원한다는 것은 넘치는 국내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특별기금 설치와 농가부채 상환조건 완화 등은 농업 개방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농민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이다.

하지만 대북 쌀지원은 최근 북한 핵위기와 대북 비밀송금 문제로 북한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현실에서 쉽게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또 농민지원내용 가운데 일부는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쌀 재고 처리 ‘묘수’?〓농림부는 올해부터 3년간 매년 300만섬의 쌀을 ‘특별 재고 처리’ 방식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국내 쌀 재고는 1996년 169만섬에서 2000년 679만섬, 2003년 1190만섬 등으로 급증했다. 올해 쌀 재고에 따른 부담만 보관비용, 금융비용 등을 합쳐 5000억원에 이른다.

쌀 소비가 줄고 있어 재고가 감소할 가능성도 낮다. 이는 추곡수매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농민단체들은 그동안 재고 쌀의 대북 지원을 주장해왔다.

정부는 95년 북한 수해 때 15만t, 2000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30만t, 2002년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40만t 등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다.

농림부는 쌀 재고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3년간 300만섬을 북한에 보내면 적정 재고인 600만섬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쌀 지원은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국회에 보고는 하지만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농림부는 설명했다.

다만 최근 북핵 사태로 불거진 긴장상태를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쌀 지원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농업분야 남북고위급 회담 등 구체적 지원 절차를 통일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농림부가 뒤늦게 “농업분야 고위급회담을 열어봐야 지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 발 뺀 것도 이런 복잡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농가지원책의 명암〓농림부는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과 FTA 확대 등 농업 개방을 앞두고 격앙된 농민들을 위해 획기적인 농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FTA체결에 따른 대책으로는 특별법 제정과 FTA 특별기금 설치 등을 내놓았다. FTA 협상 체결에 따른 피해 농가 구제방안을 제도적으로 마련한다는 의미다.

농가의 정책자금 상환조건을 5년 거치 15년, 연리 1.5%로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기획예산처 등 관련 부처는 각종 기금을 통폐합하고 줄이려는 정책 방향과 어긋나고 자칫 모럴 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추곡수매가 인하안(案) 국회 통과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추가소득보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우루과이라운드(UR) 규정에 막혀 논농업직불금을 기준 이상으로 높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DDA 협상 대책으로는 개도국 지위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만 제시해 선택폭이 크지 않음을 드러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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