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토론정치 엇갈린 평가]"부작용만…" vs "신선"

  • 입력 2003년 3월 10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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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평검사들과의 직접 토론을 통해 선보인 ‘토론정치’ 방식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내에서는 ‘탈(脫) 권위주의’와 ‘개방성’이라는 차원에서 긍정평가하는 견해가 많았으나 ‘토론만능주의’에 따른 무질서와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대통령이 특정분야에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과의 토론을 통해 쟁점을 드러내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참여정치’ 방식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옹호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10일 “대통령이 검사들과 성역없는 ‘수평적’ 토론을 통해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은 성공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영환(金榮煥) 의원도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당사자를 만나는 방식은 진일보한 것이다. 자주 이런 기회를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방송을 통한 생중계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방송 중계 때문에 검사들이 ‘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진솔한 얘기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비공개로 3∼4시간 토론했다면 검사들이 ‘오버’하는 일 없이 진지하게 검찰개혁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다른 당직자는 “장관들도 사안에 따라 ‘직접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고결정권자가 너무 자주 나설 경우 권위의 상실에 따른 통제력의 약화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포퓰리즘에 의한 일방적 주장과 감정대립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가뜩이나 교육부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언성을 높이고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민의 실망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공무원 조직은 물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여러 이익집단들이 매번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대통령이 굵직한 국가적 현안에 대해 직접 당사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려는 의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 "장관에 권한 더 줘야"▼

▽전문가 의견=중앙대 장훈(張勳·정치학) 교수는 “정부나 이해당사자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푼다는 측면에서 ‘토론정치’는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다만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제3의 합의도출에까지 이를 수 있으려면 토론문화가 좀 더 성숙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김병진(金秉辰·정책학) 교수는 “사회 저변의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앞으로 대통령이 여러 고객들을 다 만나서 해결사 역할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장관에게 권한을 많이 주겠다고 한 약속대로 공식시스템에 의한 의사결정 채널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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