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창구 정비 안된채 北核위기는 고조]韓-美공조 진퇴양난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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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도발성 행동으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교안보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임 국가정보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외교안보팀 체제가 정비되지 않은 데다 한미동맹의 이상기류 속에서 대미 협의 창구도 만들지 못한 가운데 북한의 도발 강도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2일 미군 RC-135 정찰기가 동해 공해상에서 정찰활동을 벌이자 미그29와 미그23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켰다. 특히 북한 전투기들은 미 정찰기에 불과 15m까지 접근해 화기 지원 레이더를 조준해 위협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북한 미그19기로 추정되는 전투기가 서해 연평도 상공의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3분여 만에 돌아가기도 했다. 북한은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전날인 지난달 24일 미사일을 시험발사 했고 노 대통령의 취임일에는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 같은 ‘위험한’ 움직임이 새 정부의 북핵 해결구상과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재처리시설 가동에 들어갈 경우 미국은 건너서는 안될 ‘금지선(Red Line)’이 무너졌다고 보고 대북 강경 제재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미간 북핵 협의 자체가 삐걱거리게 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우려다.

게다가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미-북간 군사 대결 가능성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최근 들어 미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대북 강경 기류도 새 외교안보팀에는 부담이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이어 나오는 미 언론의 강경한 대북 인식은 미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앞두고 여론 떠보기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 정부가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을 둘러싼 이견을 서둘러 해소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평등한 대미관계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 길들이기’까지 동시에 겨냥한 강경한 북핵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북한이 도발적인 방법으로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상황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걱정하는 대목은 북한이 앞으로도 유사한 도발행위를 계속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 전투기들이 또다시 미 정찰기에 접근하다가 충돌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새 외교안보팀이 이에 상응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지 못한다면 미국과의 원만한 공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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