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공정위장 인선 보류…"재벌개혁 속도조절" 관측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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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27 조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차관 인사에서도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빼놓았다. 위원장을 그대로 두고 차관급인 부위원장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와 금감위의 위원장 임기가 만료되는 8월까지 현 위원장 체제로 갈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 내부 기류다.

청와대 정찬용(鄭燦龍) 인사보좌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원장과 금감위원장 소청심사위원장 등 임기가 정해진 자리는 좀 더 의견을 수렴한 후에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임기를 존중하는 관행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자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인데 국가를 운영하는 흐름과는 잘 안 맞을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모양 좋은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알아서 사표를 내 줬으면…’ 하는 말로 이해됐다.

임기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원론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재벌개혁의 사령탑을 맡게 될 공정위원장과 금감위원장을 임기 만료 때까지 남겨두기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런 기류는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언행에서도 드러난다.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대학도 총장이 바뀌면 보직교수들은 임기에 상관없이 일괄 사표를 내고 총장이 반려하면 다시 보직을 맡는 게 관례이다”면서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진 사표 제출을 강조했다.

그러나 임기를 강조하면서 인사를 하지 않은 이면에는 ‘재벌개혁 시간표’와 맞물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등 관료 출신 위주로 경제팀을 구성해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불안해하는 기업들을 달래고 있는 마당에 공정위와 금감위에 개혁성향의 인물을 앉힐 경우 다시 기업들이 ‘재벌개혁’ 신호로 받아들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검찰의 전격적인 SK그룹 수사 때문에 공정위와 금감위 인선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위원장을 바꿀 경우 그동안 거론된 개혁성향의 인물을 써야 하는데 지금이 그런 시점인지에 대해 내부에서 논란이 많다”고 전했다. 검찰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먼저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공정위와 금감위 인선도 부담스러워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청와대 내에서부터 재벌개혁의 타이밍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실정이어서 금감위원장과 공정위원장 인선 시기는 결국 개혁속도 조절 여부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무부 차관은 기존 관행대로 10일경으로 예정된 검찰 간부 인사 때 함께 발표하려 했으나 일부 언론에 정상명(鄭相明) 기획관리실장이 거명된 데다 청와대 공식발표 전에 미리 배포된 인선자료에 ‘실수로’ 정 실장 이름이 들어가는 바람에 내정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국정홍보처장은 모 신문사의 논설위원이 내정됐으나 본인이 고사하고 있어 발표를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교섭본부장은 대외적으로는 ‘미니스터(장관)’이기 때문에 ‘격을 올려주기 위해’ 다음 번 교육부총리 발표 때 함께 할 예정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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