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인선원칙 설명]"국정원장 실무형 임명"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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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7일 오후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첫 내각에 참여할 장관들을 직접 대동한 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례적으로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새 내각의 운영 방향=노 대통령은 역대 정권들이 정국돌파 카드로 사용해온 ‘분위기 쇄신형 개각’은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책임이 있으면 개별적으로 물을 것이며, 가급적 충분한 임기를 보장해야만 장관들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얘기였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새로운 활력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 부처는 2년∼2년반 정도를, 참신한 아이디어보다는 지속적인 안정이 필요한 부처는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교육부총리의 경우 5년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었다.

또한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권한과 책임을 장관에게 맡기겠다. (청와대)수석 시어머니는 없다. 총리가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책집행과정에서의 부처간 업무조정의 문제도 국무조정실에서 대부분 이뤄질 것이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파격 인선 배경=노 대통령은 일부 장관 발탁이 파격적이라는 질문에 “특정 분야에서 관록을 쌓은 다음 50대 후반, 60대가 돼서야 장관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도도한 변화의 흐름을 담아낼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오리지널(원형)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순수 지방자치전문가다. 그 업적은 이미 여러 차례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돼 있다. 우수한 자원이다”고 추켜세웠다.

또 “고건(高建) 총리가 30대 장관으로 발탁된 이래로 훌륭한 업적을 쌓은 것과 마찬가지로 변화가 필요한 곳에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지방분권을 지향하고 공직사회에 새 바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 기용에 대해서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으려 한다. 법무부를 검찰청으로부터 독립시키려 한다. 법무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항상 검찰의 이익을 변호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했는데,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독립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시민단체가 전문성이 없다고 반대한 데 대해서는 “당선되기 전부터 장관 시킨다고 딱 마음먹고 있었다. 지금 어느 분이라도 보건복지 영역에 과제가 무엇이며, 핵심이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야할지 질문해 봐라. 그러면 이유를 알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그래도 혹시나 싶어 오늘 아침에 다시 만나서 최종적으로 질문을 해봤다. 확실하다”고 말한 뒤 김 장관이 대선 때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 수행을 담당하는 특보를 맡았던 점이 발탁배경 아니냐는 일부 시각을 의식한 듯 “내 아내와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출신지역 및 학교 안배 문제에 대해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안배는 됐는데, 출신학교 안배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하다 보면 인사 전체가 틀어질 것 같아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장 등 ‘빅4’ 인선=노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권력 핵심인 ‘빅4’ 인사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이 많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국세청을 동원해 권력을 휘두르는 일에 청와대가 간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장은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또 한국사회의 비약적인 변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정보들을 수집하고 창조하는 일을 통해 열심히 국가이익에 봉사하면 된다”면서 “과거처럼 권력기관이 정권을 위해서 일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관심을 끌지 않는 실무형의 사람을 국정원장에 임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에 대해서도 ‘미운 놈 손봐주기’ 차원의 세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 대통령은 “권력과 관계없이 일하는 국세청장이면 좋겠다”면서 “과거에는 정권을 위해 미운 사람을 조사했고 그런 면에서 국세청장이 막강한 자리였는지 몰라도 앞으로는 국세청장이 고달픈 자리가 될 것이다”며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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