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단 북한의 이번 조치가 심각한 수준의 도발은 아니라고 평가, 계속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북한의 의도=북한이 최근 서해에서의 미그기 북방한계선(NLL) 침범(20일)과 동해에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24일)에 이어 원자로 재가동에 나선 정확한 의도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미국을 북한과의 양자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미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 당시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한 이후 “핵문제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협의 내에서의 해결을 거부해왔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수도 있는 재처리 시설은 가동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단계적으로 긴장을 점증시키는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red line)’ 내에서 미국을 자극하겠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불신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끝내는 핵무기 보유를 시도할 것이라는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망=새로 출범한 한국의 외교안보팀은 아직 미국측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지 않은 상태이나 북핵의 해법에 관해선 인식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북한이 이 같은 틈새를 노리고 있음도 분명하다.
미국이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선 남북한과 미국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한미간엔 공조를 모색하고, 북한은 미국의 인내를 시험하며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국면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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