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盧 정부 출범 하자마자 核시위 재개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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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 우려가 한 단계 더 고조될 전망이다.

북한의 조치는 예고된 것으로 당장 핵무기 제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과 맞물려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혹을 부추기고 특히 북-미 관계에 또 다른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재가동한 시설=영변의 핵 단지엔 5MW와 25MW 흑연 원자로 및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 등이 있다.

이 중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시설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재처리 시설. 현재 수조에 보관 중인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순도 94∼98%의 플루토늄을 단기간에 쉽게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재가동한 5MW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는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27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5MW원자로를 1개월 정도 뒤에 재가동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일단 북한의 이번 조치가 심각한 수준의 도발은 아니라고 평가, 계속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북한의 의도=북한이 최근 서해에서의 미그기 북방한계선(NLL) 침범(20일)과 동해에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24일)에 이어 원자로 재가동에 나선 정확한 의도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미국을 북한과의 양자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미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 당시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한 이후 “핵문제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협의 내에서의 해결을 거부해왔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수도 있는 재처리 시설은 가동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단계적으로 긴장을 점증시키는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red line)’ 내에서 미국을 자극하겠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불신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끝내는 핵무기 보유를 시도할 것이라는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망=새로 출범한 한국의 외교안보팀은 아직 미국측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지 않은 상태이나 북핵의 해법에 관해선 인식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북한이 이 같은 틈새를 노리고 있음도 분명하다.

미국이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선 남북한과 미국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한미간엔 공조를 모색하고, 북한은 미국의 인내를 시험하며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국면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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