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취임 외신반응]WP "외교정책 가장 큰 의문"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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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의 회동을 고대하고 있다. 취임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축하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반면 미 언론의 기조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24일자에 노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한국인에게는 새 종류의 지도자, 미국에게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고 소제목을 붙였다. 이 신문은 이어 “부시 행정부가 갖는 가장 큰 의문은 노 대통령의 외교정책 의제”라며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백악관의 강경노선에 동참하기를 거부해 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노 대통령은 한국에서 새로운 종자(breed)의 정치인”이라며 “그는 포퓰리스트(populist)이며 다변의 운동가(garrulous campaigner)”라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그의 과거 정치경력은 단순히 급진적인 운동 같은 것뿐이다. 그는 너무 많은 급진적인 것들을 말하고 행해 왔다. 그는 나라 전체가 한국의 미래에 관해 신경과민 상태가 되도록 만들었다”는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의원의 말도 인용했다.

USA 투데이는 ‘일부는 노 대통령이 초보자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 대통령 취임에 대해) 그가 상황을 주도하기에는 준비가 덜 돼 있다(not ready for prime time)는 걱정이 점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까지도 그가 미국과의 균열을 봉합하고 북핵 위기를 푸는 데 필요한 외교적 기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은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도전의 시기”라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노 대통령 취임을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not kow-tow)’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노 정권의 키워드는 ‘참여와 투명성’이라면서 앞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층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의 온도차로 많은 과제를 안고 정권이 출범하게 됐다”며 “아마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경도되지 않은 대통령이 나온 것 같다”고 논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새 정부가 북한 핵문제, 국민의 반미감정 확산에 따른 한미관계 조정, 소수 여당의 취약한 정권기반, 대북 비밀송금 사건,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와 같은 사회적 불안 등 안팎에 많은 난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새 대통령 주변에는 급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학생운동 노동운동 경험자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며 “국민참여형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에 대중운동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정권의 성격이 보인다”고 보도했다.이 신문은 또 “노 대통령이 언급하는 동북아지역 협력 틀은 미국보다 중국을 가깝게 보는 ‘한중일’이며 종래처럼 ‘한미일’뿐만은 아니다”며 “노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개칭해 발전시키겠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발전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계의 세대교체가 인상 깊지만, 정치수완은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세계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출범(log on)’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국외자(odd man out)가 권력을 잡다’는 제목으로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북한에 핵개발을 포기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한델스블라트지는 “한때 영웅이었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추락했으며, 노 대통령은 ‘위대한 아버지’의 후계자가 아니라 기대주”라고 보도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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