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해명 의혹만 키웠다]정부-현대 입맞추기 의혹

  • 입력 2003년 2월 17일 0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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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16일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대해 해명하기에 앞서 정부측과 ‘입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 등 정부측 관계자와 마찬가지로 정 회장도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이날 해명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나 정부가 인정한 내용만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드러난 송금 경위만 인정=정부측의 설명과 정 회장의 해명 중 가장 비슷한 내용은 송금 액수와 송금방법에 대한 언급을 꼽을 수 있다.

임 특보는 “현대가 5억달러를 북한에 지불키로 약속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하고 2억달러 송금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환전 편의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 대출을 통해 마련한 2235억원을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2억달러로 환전해 북측에 송금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 역시 이미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2억달러 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3억달러의 자금조성 경위 및 송금 방법, 송금 시기, 정부의 개입 여부 등은 밝힐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 회장이 3억달러의 구체적인 송금 경위에 대해 함구한 것은 자금조성 과정 및 송금 과정에서의 치명적인 불법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송금 경위가 백일하에 드러날 경우 현대와의 정경유착 사실이 밝혀져 더욱 궁지에 몰릴 게 뻔하기 때문에 현대측에 이를 공개하지 말도록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만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접촉 경위=정 회장은 이날 현대의 대북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항간에는 박지원 비서실장과 북측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2000년 3월 8일 싱가포르 첫 비밀접촉’뿐 아니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린 후속 협상에도 정 회장 등 현대관계자들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박지원 실장이 이미 인정한 2000년 3월 싱가포르 비밀접촉 사실만 확인했을 뿐 그 이후 협상과정에 현대측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협의과정을 자세히 공개하지 못하는 것 역시 대북 뒷거래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두루뭉술한 해명=김 대통령과 박 비서실장, 임동원 특보 등이 송금 경위 등에 관해 두루뭉술하게 해명하고구체적인내용에 대한 해명은 현대로 떠넘겼지만 정 회장의 해명 역시 개괄적인 수준에 그쳤다.

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추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우세한 데다 한나라당이 특검 도입 관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그 정도 선에서 해명한 것은 정부와 입맞추기를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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