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안보리 회부]美 '적극 환영' 中-日 '신중' 러 ‘반대’

  • 입력 2003년 2월 1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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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로 12일 결의한 데 대해 주요 당사국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미국은 적극 환영, 러시아는 반대를 나타내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고, 일본과 중국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핵 문제를 규정에 따라 안보리에 회부하지만, 안보리가 즉각적으로 북한을 제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안보리 이사국들은 (외교적 해결단계를 무시한 채) 바로 제재조치를 취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다.》

▼美 "외교통한 多者해결 추구할 것"▼

미국의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IAEA 이사회의 결의는 국제사회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표시”라고 환영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 프랑스 영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가들이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기로 결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투표는 그것(북한 핵문제)이 미국과 북한의 양자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세계 사이의 분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외교를 통한 다자적인 해결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中 “안보리 즉각적 개입은 반대”▼

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IAEA 결의안은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 수단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안보리가 현재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중국은 IAEA가 핵확산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 보고할 의무를 지키는 데 동의한 것일 뿐 안보리가 북한 핵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日 "北 국제사회 목소리 경청해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북한에 대해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일본은 앞으로 정치적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은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북한의 반응을 먼저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러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비생산적"▼

러시아는 12일 외무부 성명을 통해 “현 시점에서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러시아는 앞서 이날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묻는 표결에서 기권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은 북한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파격적 北-러 관계 눈길▼

파격적인 북한과 러시아의 ‘특수관계’가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생일(16일)에 즈음해 12일 1년 만에 다시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선물로 보내온 말 3필을 받고 축하연에 참석했다. 국가지도자가 생일 선물을 받기 위해 자국 주재 외국 공관을 방문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이사회에서 러시아는 이사국 중 쿠바와 함께 북한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여부를 묻는 표결에서 기권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알려진 중국까지 찬성표를 던진 마당에 러시아의 이 같은 ‘북한 감싸기’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에 ‘체제 보장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돈독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김 국방위원장은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와 격식 없이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동원(林東源) 특사도 만나주지 않은 김 국방위원장이지만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는 무려 6시간이나 면담했다. 로슈코프 차관은 올 들어 김 국방위원장이 만난 유일한 외빈이었다. 지난해 26회의 외빈 접견 중 러시아 인사들과의 접견이 12회나 차지했다.

그러나 잦은 만남만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동결 약속을 받아 국제사회에 전했으나 최근 북핵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북한통인 유리 바닌 러시아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부장의 진단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부시행정부 매파가 다시 對北주도권 장악▼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다시 강경해지고 있다.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지난해말 북한에 대해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를 통해 전면적인 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을 흘렸다가 한국과 관련국들이 반발하면서 대화에 의한 해결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온건파들이 북핵 해결의 전권을 장악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이 북한이 고집하는 북-미 직접 대화가 아니라 다자간 대화 방식을 추진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자 다시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양상.

뉴욕 타임스는 12일자 사설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듯하다”며 “최근 며칠 매파 관리들이 북한의 핵발전소에 대한 선제 공습 위협을 흘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11일 매파의 수장격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북한을 ‘테러리스트 정권’으로 규정한 5일 하원 군사위원회 증언을 가리켜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북한을 ‘악의 축’에 집어넣은 이후 가장 자극적인 발언”이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도 7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선택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해 군사적 대응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는 “원점으로 돌아간 형국”이라며 “한편에 럼즈펠드와 국방부 그리고 존 볼턴(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맞은편에 파월과 국무부가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는 12일자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 관리들은 북한이 이미 한두 개의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핵보유국인데 추가로 대여섯개를 가진들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숙명론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북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차라리 국제적인 압박을 통해 북한의 몰락을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백악관 대변인 일문일답▼

애리 플라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인(사진)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북한이 영국을 북-미대화의 중재자로 삼으려 한다는데….

“이 문제는 북한이 도발적인 조치를 취해 세계의 우려를 초래한 문제다. 그러나 외교와 다자적인 조치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 북한이 1993년 도발적인 조치를 취했을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 투표에서는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대해 찬성 28, 반대 2, 기권 4표였다. 이번에는 찬성 31, 반대는 없었고 기권이 2표뿐이었다.

―대통령은 유엔이 북핵 문제에 관해 미국을 지지하지 않으면 잘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유엔이 미국과 이견이 있다고 해서 유엔을 무시하면 북한 및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대통령은 결국에는 유엔이 의미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희망하고 믿고 싶어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엔이 북한과 또 다른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는 핵 확산과 싸우는 국제체제가 쓸모없다는 내용이 된다.”

―IAEA가 유엔 안보리에 이 문제를 넘겼는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다른 제재가 논의돼야 하는가, 기다려야 하는가.

“안보리는 일련의 선택 방안들을 검토할 것이다. 그 선택 방안에는 북한에 대한 비난 성명이나 제재가 포함될 수도 있고 그 중간단계의 조치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미국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가 대화의 초점이라면 북한과 마주 앉아 대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미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밝힌 ‘다자간 포럼에서 마주 앉아 얘기하자’는 제안에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IAEA가 12일 특별이사회에서 채택한 북핵 결의안 요지▼

① 북한이 IAEA와 즉각적이고 충분한 협력에 착수하지 않고 1월 6 일 채택한 결의안이 요구하고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즉시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② 또한 핵물질이 핵무기 또는 여타 핵 폭발장치로 전용되지 않았 음을 검증할 수 없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③ IAEA 사무총장의 보고서에 기초해 북한이 안전조치협정에 따 른 의무를 한층 더 지키지 않고 있음을 선언한다.

④ 북한은 IAEA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조치를 취함으로써 안 전조치협정 불이행을 즉시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

⑤ IAEA 정관 제12조 C항에 의거해 사무총장을 통해 북한의 안전 조치협정 불순응과 IAEA가 북한의 핵물질 비전용을 증명하지 못했음을 IAEA 모든 회원국들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및 총회에 보고하기로 결정한다. 동시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과 외교적 수단에 대한 지지를 강조한다.

⑥ 사무총장은 북한과의 안전조치협정을 이행키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이사회에 의미있는 사태의 전개에 대해 통지할 것을 요청 한다.

⑦ 이 문제에 계속 관여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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