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低성장 高물가… 경기침체 대책 뭔가”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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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본회의 이틀째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전윤철 경제부총리(왼쪽)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11일 국회 본회의 이틀째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전윤철 경제부총리(왼쪽)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경제위기 우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정부의 대책을 추궁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부를 공격하기보다 새 정부의 ‘포퓰리즘’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이라크 전쟁위기와 북핵위기 긴장 고조로 유가와 환율이 급상승하고, 미국의 경제불황까지 겹쳐 대외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거기에 내수격감과 기업 체감경기 악화, 대규모 가계 부채 등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외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철수할 경우 경제 공동화가 우려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무리하게 공약을 추진하면 재정압박이 예상된다”며 “아르헨티나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나오연(羅午淵) 의원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속의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노 당선자는 대선 공약에서 7% 경제성장률을 제시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가 결국 5%로 낮췄다”며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문제삼았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경제와 재정 형편이 어려운데 막대한 재정자금이 들어갈 행정수도를 이전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타당한가”라며 “이해득실을 심사숙고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성원(張誠源) 의원은 “실질금리 하락이 소비위축을 가져와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정책 조정을 요구했다.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올 성장률 목표는 5%로 잡았다. 국가핵심기술을 단계적으로 육성하면서 여성고용인력 확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자환경 개선, 건전한 노사문화를 이루면 7% 국민 약속은 장기적으로는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北송금 특혜논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대북 비밀 송금 창구 역할을 해준 현대그룹에 막대한 특혜성 금융지원을 했다”며 현대-정부-북한의 ‘삼각빅딜’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나오연(羅午淵)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전후인 2000년 5월부터 2001년 6월까지 1년 동안 정부가 현대에 지원한 특혜금융 액수만도 33조∼34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이 제시한 내용 중 2000년도 지원분은 △현대건설 채권단의 2500억원 긴급 자금지원(5월) △산업은행의 현대건설에 대한 1500억원 긴급대출(6월)과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긴급대출(6월) △하나은행의 현대건설 당좌대출 한도 200억원 증액 및 한빛은행의 기업어음(CP) 500억원 만기연장(7월) △현대건설 채권단의 6900억원 채무 만기연장(10월) △토지공사의 서산농장 매각대행으로 현대건설에 선지급한 3450억원 등이 들어있다.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현대상선이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북한에 2억달러를 몰래 보내준 것은 대통령의 요구나 보장 없이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며 “2000년 5월 정주영(鄭周永)씨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 이후 2001년 3월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에 모두 11조원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한 내용을 밝히라”고 가세했다.

이 의원은 또 미리 배포한 질문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이 2000년과 2001년 영업2본부에 남북경협실을 두었다가 없앴다. 이는 정상회담 직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베를린선언을 통해 약속한 대북 경제 지원을 위한 대출업무가 역할이었으나 2002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없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시중에선 현대의 대북 송금에 따른 리베이트가 적지 않고, 이것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답변에서 “채권단의 지원을 정부 지원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관치금융이라는 오명을 듣기 싫어서 의결권 행사에 간섭해본 적이 없다”며 특혜지원 주장을 반박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2235억 법리논쟁▼

1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장성원(張誠源) 의원은 대북 비밀송금 사건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대법관 출신인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와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장 의원은 먼저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통치행위란 전제군주시대의 낡은 개념’이라고 공격하고 있으나 저명한 권영성(權寧星) 김철수(金哲洙) 전 서울대 교수는 각각 저서에서 ‘통치행위는 헌법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썼다”고 운을 뗐다. 김 총리가 “학자 나름의 견해는 있으나 통치행위에 대해서는 논쟁이 많이 있고 총리로서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 곤란하다”며 논쟁을 피하려 하자 장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있다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고 거듭 따졌다.

장 의원은 또 “통치행위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국가행위’ ‘국사(國事)행위’ 등의 이름으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다가 김 총리가 “대북 비밀송금 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하느냐는 문제에 대한 답을 원하는 것 같은데…”라며 답변을 유보하자 “어제 총리의 답변을 보니 소신이 정리되지 않았더라”고 몰아붙였다.

장 의원이 거듭 판례를 거론하며 대북 비밀송금 행위의 ‘통치행위’ 인정을 요구하자 김 총리는 “개념이 정립돼도 이 사건의 사실 관계가 제대로 밝혀지기 전에는 통치행위다 아니다가 의미가 없다”고 맞받았다.

순간 당황한 표정의 장 의원이 “헌법 66조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통령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논쟁을 계속하자 의석에 앉아 있던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 의원이 “대정부질문 하다가 뭐하는 거냐”고 항의했다.

이에 장 의원은 “김 의원도 김 교수와 권 교수의 헌법 강의를 들었을 것 아니냐”고 말한 뒤 “통치행위도 여론에 의한 정치적 통제행위까지 면할 수는 없는 만큼 대통령이 사후에라도 과정을 밝히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김 대통령에게 이같이 건의해 달라”고 수위를 낮추면서 논쟁을 끝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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