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구 외평채 등 한국물 안정세 이례적

  • 입력 2003년 2월 9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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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요인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물(외평채 등 한국기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한 채권과 증권들)의 가산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대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으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안정세는 이례적이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정부가 발행한 10년짜리 외평채(외환평형채권)는 지난 주말 미 재무성증권 수익금리(T) 플러스 117bp(1bp는 0.01%)의 가산금리를 기록하였다. 작년 11월말 가산금리 108 bp에 비해 높은 것이지만 연말 123bp, 1월말 117bp에 비해 보면 오히려 개선된 것. 가산금리는 채권구입자에게 돌아가는 미 재무성 채권 수익 이상의 추가수익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채권발행자의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아진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작년 산업은행이 발행한 10년짜리 산금채(산업금융채권)의 가산금리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준(準) 국채로 평가되는 산금채는 최근 대북송금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126bp로 작년 11월말 129bp, 1월말 131bp 보다 오히려 개선되었다. 투명성에 대한 문제점이 없었더라면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이 6∼12개월 간의 장기적 기준인 반면 외평채나 산금채의 가산금리는 한국의 단기적 신인도를 나타내는 벤치마크로 받아들여지며 한국 기관이나 기업의 해외자금조달 때 기준금리로 활용된다.

이해룡 산은 국제업무부 부부장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이 차입자의 조달코스트 절대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개별기관에 따라 차입코스트에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평채나 산은채의 가산금리는 현재 한국과 동일한 국가신용등급을 가진 소위 싱글A 국가들 (A1∼A3, 한국은 S&P 기준으로 A3)의 국채나 준정부채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2002년 중 산금채의 조달금리가 평균 31bp 인하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금융기관과 기업전체의 해외자금 조달(총 133억달러)에 2억달러의 비용절감효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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