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5共청문회때 "통치행위란 말은 절대권력의 증거"

  • 입력 2003년 2월 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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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은 이른바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는 의미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발언 중 ‘통치행위’ 부분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측근들은 “노 당선자는 권위주의 시대의 대표적 표현인 통치행위라는 용어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실제 노 당선자는 88년 11월8일 전두환(全斗煥)정부 특위 청문회에서 “안가(安家)의 소재와 운영은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관련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안현태(安賢泰) 전 대통령경호실장의 증언을 통렬히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 당선자는 당시 “증인이 국회에서까지 함부로 써먹은 그 통치행위라는 것, 그것이 바로 증인과 증인이 모시고 있던 그전 권력의 국민에 대한 태도를, 정치적 관점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안 전 실장을 몰아세웠다.

이는 안가의 용도 같은 사안에 ‘통치행위’라는 핑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여기에다 다수의 합의에 기반한 법치(法治) 대신 최고권력자의 의지에 따른 인치(人治)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통치행위’란 용어에 대한 강한 반대의지를 나타낸 것이기도 했다.

노 당선자는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경호의 법적 근거를 대지 못하는 안 전 실장을 향해 “오로지 권력자의 의지면 안 되는 것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청문회 말미에는 아예 “나도 이제 ‘통치권자’란 용어를 쓰지 않겠다. (그런) 냉소적인 용어를 안 쓰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8일 청문회에선 같은 맥락에서 공론(公論)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론이라면 보통성(普通性)이 있어야 하고 대다수가 지지해야 한다. 소수 선각자의 이론도 공론이 될 수 없고, 몇 사람의 독선적 아집도 공론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의 청문회 이후 노 당선자는 공사석을 불문하고 ‘통치행위’나 ‘통치권자’란 용어를 입에 올린 적이 거의 없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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