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외국인고용허가제 조기 도입하면…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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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 및 인권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고용허가제의 조기 도입을 검토하려는 것과 관련, ‘외국인근로자의 정착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법무부와 노동부 등에 따르면 인수위가 임시국회 처리를 검토하는 민주당 이재정(李在禎) 의원 등의 의원입법안은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3년간 일하고 불가피한 경우 2년을 더 근무하도록 해 모두 5년간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처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5년간 일할 수 있게 될 경우 결혼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국내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족을 데려와 생활하거나 국내에서 한국인과 결혼해 살게 될 경우 정해진 체류기간이 넘었다고 해서 출국하라고 종용할 경우 지금 못지않은 인권과 인륜 시비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법무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근무한 지 3년을 초과하면 직장이동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규약으로 정하고 있어 의원입법안대로라면 외국인근로자가 한 직장에서만 일하도록 한 고용허가제의 틀도 깨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2000년에 추진했던 고용허가제 법안에서 1년간 고용계약을 갱신하되 모두 합쳐 3년을 넘을 수 없도록 했었다.

법무부는 또 의원입법안 부칙이 불법 체류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구제하고 새로 취업신청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구제기준을 마련하기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불법 체류자를 합법화할 경우 새로 체류자격을 부여할 대상을 정해야 하지만 당사자들간에 의견이 맞선다는 것. 최근 정부는 3월 말까지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근로자들 중 체류기간이 3년 미만이면 1년 더 연장하도록 했지만 조선족 동포 등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이 1983년에, 호주가 1989년에 불법 체류 외국인근로자들을 각각 한 차례씩 합법화했으나 이후 불법 체류자들이 오히려 더 증가한 사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3월 말까지 불법 체류 외국인근로자를 모두 출국시키려는 정부 방침이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합법화 논의로 흔들리고 있다”며 “올해 1월에 출국 예정이던 외국인근로자 2만여명 중 실제 출국자는 3000여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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