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가 홈페이지 설계-영어 엉망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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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세계에 북한을 알리기 위해 개설된 북한의 국가 공식 홈페이지(www.korea-dpr.com)의 초기 화면.
서방 세계에 북한을 알리기 위해 개설된 북한의 국가 공식 홈페이지(www.korea-dpr.com)의 초기 화면.
“아니, 핵무기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나라가 변변한 웹사이트 하나 띄우지 못할까.”

북한의 ‘국가 공식 홈페이지(www.korea-dpr.com)’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다.

미국의 웹진 슬레이트닷컴은 13일 “북한 관점에서 서방세계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홈페이지는 오히려 영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의상은 열등하고 우수하고 외부적 의상으로 구성돼 있다(The traditional Korean is composed by the inferior clothing, the superior and external one).”

1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유를 설명한 구절에선 “미국이 정력적인(energetic) 위기를 창출하고 있다”는 표현이 들어있다.

이 홈페이지에는 북한 정부의 문서나 성명은 전혀 없고 연락처로 익명의 e메일 주소 하나만 달랑 남기고 있어 북한의 공식 홈페이지가 맞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웹사이트의 도메인을 등록하고 홈페이지를 설계 운영하고 있는 사람도 북한 정부가 아니라 뜻밖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20대의 스페인 청년. 슬레이트닷컴에 따르면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북한 관리들에게 인터넷 세대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웹사이트가 필요하다고 설득해 2000년 12월10일 개설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 내에서는 접속이 안되고 외국에만 개방돼 있는데 서버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는 4일 이 청년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15세 때 북한 전시회에 가보고 북한에 매료됐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평양에 자주 가서 몇 달씩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접속 건수에 대해 초기에는 하루 100명 안팎이었으나 BBC 방송이 링크시켜주는 바람에 지금은 5만6000건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gov’로 끝나는 국가 도메인이 왜 ‘.com’이냐. 코뮤니즘의 준말이냐”는 질문에 “그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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