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평화연구소 '한반도 위기' 세미나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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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개발과 한국의 반미(反美)감정 고조는 미국이 직면한 한반도의 양대 위기상황이다. 미국은 과연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세미나가 13일 워싱턴의 미국 평화연구소(USIP) 주최로 열렸다.

세미나에선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와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연구원, 윌리엄 드레넌 USIP 연구학술 담당 부실장 등 3명이 주제발표를 했다.

첫 발표를 한 아인혼 전 차관보는 “미국이 대북(對北) 고립정책을 계속할 경우 이미 심각한 상태인 한미관계가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의 주권과 안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북한이 취할 3단계의 포용정책을 제시했다. 1단계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의 체제안보를 보장하고, 2단계에선 미국이 북한의 에너지 문제 및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도와주며, 마지막 3단계로 북-미가 국교를 수립하는 것이 골자.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결정했다면 이 같은 정책은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이 요구하는 대미(對美) 불가침협정은 역사적으로 볼 때 히틀러와 스탈린이 체결했던 협정과 비슷한 것 같다”며 “미국은 결과적으로 한국전쟁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게 될 수도 있는 그 같은 협정 체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핵 개발을 통해 △한반도 현 상황 유지 △병력 감축 △감축된 병력의 경제개발 동원 등을 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뒤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를 얻어내려는 것인지, 또는 진짜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드레넌 부실장은 “최근 한국의 시위에 중산층과 여피족이 참여한 것은 87년 민주화시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국에서의 반미감정 대두가 올해 군사동맹 50주년을 맞은 한미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군 출신인 그는 “80년대에 내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도 반미감정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전혀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미군들이 한국인들에게서 피습을 받는 등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반미감정은 한국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의 유일한 동맹은 미국뿐임을 한국인은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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