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켈리 美특사 면담]盧 "韓美동행 소중" 켈리 "北공격 안해"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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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와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13일 면담은 당초 예정 시간(30분)의 배인 1시간가량 진행됐다.

두 사람은 최대 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서로 원칙적 입장만 교환하고, 한미동맹 관계의 발전 방향과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과 배석자들의 전언을 통해 재구성한 대화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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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차관보=100년 전 오늘인 1903년 1월13일 몇 천 명의 한국 이민단이 처음으로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고, 그 후 (100년간) 1000배 이상의 한국민이 미국에 정착했다. 그만큼 한미관계는 긴밀하다.

▽노 당선자=올해는 한미동맹 50주년이기도 하다. 취임하면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미관계는 과거에도 소중했고, 현재에도 소중하며,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다. 나는 대선 기간에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일관되게 말해 왔다.

한국 젊은이의 촛불시위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한 것이다.

▽켈리 차관보=한국에서 젊은 세력이 대두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들은 한미 양국이 앞으로도 좋은 동맹관계로 계속 발전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 왔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늘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 당선자=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북-미 대화가 안 되고, ‘맞춤형 봉쇄’ 같은 얘기가 나와서 한국민이 불안해한다. (핵 문제를 통한) 북한의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보장을 받으려는 것 같다. (북-미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한국도 93, 94년 핵 위기 때와 달리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다.

▽켈리 차관보=‘맞춤형 봉쇄’는 미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 북 핵 문제는 유감스럽게도 노 당선자의 취임 때까지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도 열고,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고위인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노 당선자=나도 (내가) 취임하기 이전에 (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일동 웃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동갑(46년생)이어서 만나면 서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북 핵 문제보다 동북아와 세계 평화 문제 같은 보다 폭넓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했으면 좋겠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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