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시험발사 시사]“대화 아닌 협상하자” 美협공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28분


코멘트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한 다음날인 11일 최진수(崔鎭洙) 주중 북한대사가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조치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일단 미국과의 ‘핵 전선’을 ‘미사일 전선’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미사일 문제까지 ‘얹어서’ 미국이 “대화(talk)는 하되 협상(negotiation)은 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바꿔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위기상황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12일 이에 대해 “북한은 갖고 있는 카드를 다 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말로만 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가 놀라거나 펄쩍 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벼랑끝 전술’이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관련기사▼

- 대포동 2호는 어떤 미사일
- 平壤시내 100만명 ‘對美 군중집회’

북한은 99년 9월 베를린에서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갖고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와 대북경제제재 완화를 일괄타결한 바 있다. 이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2001년 5월 유럽연합(EU)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에게 직접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9월에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발사유예 조치를 2003년 이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로 북-일 수교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진 지난해 11월 북한은 다시 ‘유예조치 재고’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런 과정들을 보면 이번에도 압박카드로 미사일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최 대사가 ‘실제로 발사시험을 하겠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가 알겠느냐”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도 그런 북한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일의 NPT 탈퇴 성명에서도 미국을 향해 ‘직접 핵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사일 문제를 직접 언급함으로써 북-미간 직접 대화야말로 문제 해결의 첩경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려 하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해석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북-미간의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미리 의제 범위를 넓혀 놓음으로써 협상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하지만 미사일 카드를 꺼냄으로써 북한은 폐연료봉 8000여개를 재처리하는 최악의 카드 바로 직전 단계까지 온 셈이다.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 중단 경고가 아직은 말뿐이라지만 일사천리로 핵동결조치를 해제해온 그동안의 움직임으로 볼 때 ‘실험발사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