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악의 축' 국가에 북한 직접 추가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5시 08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 국가로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거론했을 때 연설 초고에는 북한이 없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직접 원고에 북한을 가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치신문이 당시 연설원고 작성자의 증언을 인용해 3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에게 건넨 초고에는 대량파괴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악의 축'국가로 이라크 이란만 거론되었을 뿐 북한은 언급돼지 않았다. 그러나 연설시에는 북한이 '악의 축' 국가중 하나로 거론됐는데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관계자는 "초고를 본 부시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추가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이 '악의 축' 국가에 포함된 원고를 연설을 2,3일 앞두고 발견한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깜짝 놀라 실무진 차원에서 강력한 반대 의견을 올렸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을 봉쇄할 의도는 없었으며 교섭을 우선시 했다"면서 "이 연설이 있고 난 뒤 북한과의 교섭은 아무 기대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은 올해 8월20일 미 텍사스주의 별장에서 가진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해 "속이 뒤틀린다"며 강한 혐오감을 표현한 바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북한이 '악의 축' 국가에 포함된 이유와 관련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정권하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을 지낸 조지 워싱턴대학 헨리 나우 교수는 '지정학적 전략'때문이라고 풀이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와 이란은 모두 중동국가, 그것도 이슬람국가에 해당해 아시아의 비이슬람국가, 북한을 끼워넣었다는 것. 이는 동시다발 테러를 계기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자칫 기독교 사회 대 이슬람교 사회라는 '문명의 충돌' 형식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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