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자로 재가동 준비…한두달 보수하면 가능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57분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봉인을 모두 제거하고 감시카메라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전문 기술진을 5㎿ 원자로에 들여보내 원자로 재가동 준비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은 평소에도 이 원자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보수·정비와 핵연료 장전 등을 거쳐 실제 가동하는 데는 1∼2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 이후 8년간 잠자고 있던 5㎿ 원자로의 재가동이 시간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중유지원 중단에 따라 전력생산을 위해 5㎿ 원자로를 재가동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은 다르다. 이 원자로를 1년간 가동하면 북한은 핵폭탄 1기를 만들 수 있는 7∼8㎏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또 북한이 수조 속에 보관 중인 8000여개의 폐연료봉(50t)에 손댈 경우 핵폭탄 3∼6기를 만들 수 있는 순도 94∼98%의 플루토늄 28∼35㎏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북한의 잠재 핵전력은 그만큼 더 강해진다. 또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한반도의 핵위기는 한 단계 고조될 것이 틀림없다.

북한은 이에 앞서 92년 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이전에 7∼22㎏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조잡한 형태의 핵폭탄 1∼3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5㎿ 원자로 재가동 움직임은 북한 핵문제가 IAEA 차원을 벗어나 국제문제로 급부상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4일 북한이 앞으로 수년 뒤 평북 영변과 태천의 원자로 3기를 모두 가동할 경우 1년에 핵무기 50∼55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대량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미국의 한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3곳의 원자로가 모두 완공되면 연간 플루토늄 생산 능력이 275㎏에 이르며 이는 핵무기 50∼55개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북한이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원자로 가동 문제는 전 세계 안보에 결정적인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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