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역선택 방지장치 딜레마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38분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22일 전격 타결지은 단일화협상 내용에는 여전히 ‘지뢰’가 곳곳에 깔려 있다. 특히 합의의 핵심인 ‘역(逆)선택’ 방지장치는 오히려 후보단일화를 무산시키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측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자가 상대하기 유리한 후보를 의도적으로 고르는 ‘역선택’의 차단 장치로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 최근 2주간 이 후보 단순지지도의 평균치(35% 추정)보다 낮으면 무효화한다는 조항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 여론조사가 무효화됐을 경우 여론조사 기관을 바꿔 순차적으로 조사를 한다는 명시적합의도 없어 단일화가 물건너갈 가능성도 적지않다.

이 합의내용대로라면 이 후보 지지자들은 굳이 역선택을 할 필요도 없이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만 하더라도 이 후보의 지지율을 평균치 아래로 떨어뜨려 단일화를 무산시킬 수 있는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역선택과 관계없이 22일 후보단일화 합의나 두 후보간 TV토론의 시너지효과로 노, 정 두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후보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최근 평균치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 경우도 후보단일화는 무산된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역선택 가능성을 100%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한다. 충성도가 높은 한나라당 지지자가 조사 대상에 선정될 확률이 극히 낮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 자체가 근본적으로 역선택을 포함한 오류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측은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50% 정도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무튼 역선택 논란에 의해 후보단일화가 무산될 경우 양측은 조사결과를 놓고 유리한 쪽은 “사실상 우리가 이겼다”고, 불리한 쪽은 “여론조사가 잘못됐다”는 식의 감정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양측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면서 동반 몰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별개로 양측은 0.1%포인트 차라도 결과에 승복한다고 다짐했지만, 오차범위 이내에서 승패가 갈렸을 경우 여론조사 설문 문항의 문제점 등을 들어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또 후보등록일(27, 28일) 이전까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양측은 각자 후보등록을 마친 뒤에도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화를 추진할 수는 있지만, 선거운동기간 중 여론조사 공표금지 조항 때문에 조사결과는 공개할 수는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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