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단일화 합의/여론조사 어떻게]0.01%라도 앞선 기관 많으면 승리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44분


단일화에 합의한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17일 각기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보냈다. - 춘천=박경모기자 서영수기자
단일화에 합의한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17일 각기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보냈다. - 춘천=박경모기자 서영수기자
“어떠한 이론(異論)도 나올 수 없도록 완벽하게 합의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의 단일화 추진단 10인 회의를 마친 양측 관계자들은 17일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양측이 작성한 여론조사 관련 합의문도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측 이해찬(李海瓚) 단장은 이날 열린 선대본부장단 회의에서도 “여론조사에 관한 합의문이 있지만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선대위 간부들에게조차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양측 추진단의 신경전도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측은 여론조사기관인 ‘폴 앤 폴’의 홍석기 이사를 추진단에 포함시켰고 국민통합21측도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행(金杏) 대변인을 포함시켜 상대측을 견제했다.

하지만 합의의 큰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양측간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여론조사의 기준, 즉 단순 지지도를 기준으로 하느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삼느냐의 문제는 양측의 절충안으로 결정됐다. 조사 문항에 노 후보와 정 후보는 물론 이 후보까지 넣어 단순 지지도를 물어본 뒤 이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단일후보의 적임자를 묻는 방식이다. 노, 정 두 후보가 이날부터 일제히 “내가 이 후보를 이길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놓고 단일후보를 최종 선택하는 방식에서도 논란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추진단은 △3개 기관 조사 결과 중 지지도가 앞선 기관 수가 많은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정하는 방식 △3개 기관의 조사 결과를 모두 합산해 결정하는 방법 △5개 기관의 조사 결과 중 지지도차가 가장 크거나 작은 2개 기관을 제외한 3개 기관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가장 단순한 ‘3개 기관-기관 수 판정’으로 결정했다는 것.

두 후보간 지지율이 오차범위 이내일 경우의 승복 문제는 ‘단 0.01%라도 앞서는 여론조사 기관 수가 많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어차피 두 후보의 지지율 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이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이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 후보 모두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운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지 어찌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본은 성(性)과 연령, 지역, 직업 등을 인구분포비율로 샘플링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양측은 또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여론조사 시간대와 질문 횟수, 표본 수, 질문 항목 등 구체적 내용까지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제 운명은 우리 손을 떠났다”며 “모든 것은 천심(天心)과 민심(民心)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측이 완벽하게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조사 진행 과정 및 그 결과에 따라서는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표본오차(Sampling error)란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이다.” 이 말은 똑같은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100번 실시할 경우 95번은 ‘이번 조사’에서 나온 응답률의 ±2.5% 범위 내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즉, 같은 시점에 똑같은 방법으로 조사를 하더라도 2.5% 정도는 더 나오거나 덜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100번 중 5번 정도는 오차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확률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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