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계법 개정 무산]정치권 利己에 정치개혁 좌초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15분


‘제 몸 불리기는 OK. 제 살 깎기는 NO.’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각종 정치개혁 법안을 심의하면서도 기성정치의 정치적 구태를 벗지 못했다.

국회관계법 소위는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를 연일 쏟아냈지만, ‘돈 안 쓰는 선거’와 ‘투명한 정치자금’을 논의한 선거관계법과 정당관계법 소위는 당리당략과 의원들의 보신주의로 아무런 성과 없이 공전했다.

▽물 건너간 ‘선거 개혁’〓중앙선관위가 애써 마련한 각종 선거 개혁 방안이 끝내 외면당했다. 민주당은 “TV토론 방송연설 방송광고 신문광고 확대 등 미디어선거 강화 방안과 돈 선거와 조직 선거 폐해의 근원이 되는 정당연설회 폐지안만이라도 받아들이자”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게임의 틀’을 크게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양당은 13일에도 장외 공방만 벌여 ‘대선 이전 선거법 개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는 이미 예고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중앙선관위가 7월에 선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9월 7일에 국회에 정식으로 개정 의견을 냈지만 정치권은 그동안 각종 정쟁에 휩싸여 이달 11일에야 첫 소위를 열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거법 개정 문제를 며칠 만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말했다.

▽원치 않는 ‘투명한 정치’〓중앙선관위는 정치자금 수입 지출의 투명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자금 모금 100만원 초과와 지출 50만원 초과 때 수표 신용카드 사용의 의무화 △정치자금 수입 지출을 위한 예금계좌 신고제 △정치자금 1회 100만원 초과 및 연간 총액 500만원 이상 기부자의 명단 공개 등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룬 정당관계법 개정 소위는 12일 단 하루 열린 뒤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이다. 한나라당은 “현 정치 풍토에서 이같은 제도들은 야당 의원에 대한 정치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회 100만원 이상을 모금할 때 수표 사용에는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당내 의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양당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피선거권을 제한하자’는 선관위안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며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정개특위의 장외 투쟁〓특위는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3개 소위의 그간 활동을 평가하고, 합의된 국회관계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개혁의 핵심인 선거법 개정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전체회의를 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회의를 거부해 회의는 결국 무산됐다.

양당 의원들 모두 취재진을 상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기에 바빴다. 이날 국회를 항의방문한 시민단체 ‘2002 대선유권자연대’ 관계자들은 양당을 오가며 “정치개혁에 대한 밀실 논의가 결국 정치개혁을 망치고 있다”며 “정치권 모두와 특히 대선 후보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경위들이 이들을 강제로 끌어내 몸싸움이 벌어지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주요 쟁점 현황
합의여부법안주요 쟁점 현안
합의국회관계법국회의 감사원에 대한 감사청구권 신설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
국회의원 의안발의 최소요건을 20인 이상에서 10인 이상으로 완화
대통령 취임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가능
미합의선거관계법TV토론 방송연설 방송광고 신문광고 확대 등 선고공영제 대폭 확대
조직선거, 돈선거 방지를 위한 정당연설회(총315회) 폐지
유급선거 사무원 4501명에서 약 660명으로 축소
선거비용 수입지출시 단일계좌 사용 의무화
정당관계법정치자금 1회 100만원 초과 모금과 50만원 초과 지출 때 수표 카드사용 의무화
논의 안함정당관계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 받은 자도 당선 무효
지구당 폐지해 구시군 행정구역 단위의 통합조직 체제로 전환
중앙당사를 국회청사 안으로 이전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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