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통과 내년예산 살펴보니]대선 표의식 선심 남발

  • 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39분


8일 국회를 통과해 확정된 내년 예산안 내용을 살펴보면 대선을 앞두고 여러 이해집단들의 눈치를 살핀 ‘선심성 예산’이 곳곳에 들어 있다.

국회는 정부 제출안보다 전체 예산규모를 2440억원이나 줄였다고 생색을 냈지만 정부가 국회에서 ‘칼질’당할 것을 감안해 미리 과다 편성한 부문을 집중 삭감함으로써 ‘균형예산’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신 부처별 경쟁적인 증액 요구에다 지역구 의원들의 끈질긴 로비까지 가세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4532억원이나 늘린 대목은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민 ‘눈치보기’ 성격이 짙다. 여기에다 농어촌 부채경감 등 농어민 지원과 교원 처우 개선을 비롯한 교육문화 예산에도 각각 2189억원과 1470억원을 늘려 ‘표밭’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도로 항만 등 지역 건설사업에 집중 증액〓SOC 투자 증액이 전체 세출예산 증액분 9860억원 가운데 절반인 4532억원이나 됐다. 정부가 당초 민자유치를 통해 추진하려던 건설사업이 차질을 빚자 아예 국고를 지원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항목별로 보면 지방의 일반 국도 건설사업에 1조3845억원이 잡혀 있던 예산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추가로 336억원을 증액했다. 보령-안면간 연육교(45억원)와 부안-고창간 부창대교(20억원) 등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없다가 국회 계수조정과정에서 추가로 들어간 국도 건설사업이 20개나 됐다.

고속도로 건설사업도 정부안(1조2970억원)보다 601억원이 더 추가됐다. 대구-포항, 충주-상주, 청주-상주, 강릉 -동해, 대전-당진, 영동-김천 구간 등에 각각 50억원씩 증액됐고 정부 예산에 없던 경부고속도로 경주-언양 구간과 동광주-고서 구간에도 각각 100억원씩 추가 배정됐다.

신규사업으로 원주-제천 복선전철과 진주-광양, 울산-포항 복선전철에도 총 80억원이 추가로 잡혔다. 항만사업으로는 울산신항 방파제 건설에 250억원이 추가 증액됐고 광양항 3단계 100억원, 부산신항 배후도로와 거제 고현항 건설에도 각각 50억원과 26억원이 추가 배정됐다.

▽농어민, 교원, 군인 눈치 살핀 선심성 예산〓농어촌 지원사업에는 총 2189억원이 증액됐다. 농어촌부채경감특별법 발효에 따라 정부가 703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국회는 여기다 539억원을 더 얹어줬다. 또 생산 중단에 따른 보상금 지원을 위한 생산조정제에 810억원 △논농업직불제 110억원 △수리시설 개보수 109억원 △중규모 용수개발 100억원 △대구획 경지정리에 100억원이 늘어났다.

또 초중등교원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으로 486억원이 증액됐다. 초등학교 교사와 중등교사간의 수당 차이인 1만7000원의 격차를 해소하고 초등학교 교사 보직수당과 담임수당도 각각 1만원씩 올렸다.

50억원 규모의 광주 종합무역전시장 사업을 35억원 더 추가하자 정부 계획에 없던 대구 종합무역전시장에 70억원을 배정했다.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성추진 중인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에는 300억원에서 100억원이 더 추가됐고, 지역디자인센터(RDC)사업도 당초 100억원에서 50억원이 더 얹혀졌다.

▽기금 예산 조정〓이번에 처음으로 국회심의를 받은 47개 기금예산은 정부안 159조4290억원에서 3589억원이 줄었다. 철도공무원 구조조정을 예상해 잡아놓은 공무원연금기금 예산을 2017억원 깎고 남북협력기금 1000억원, 공공자금관리기금 755억원을 줄였다. 또 연 3000만원 이하 급여생활자가 지원받던 중형 임대주택지원금을 1125억원 삭감하고 분양중도금 지원금도 5248억원에서 1000억원을 깎았다.

반면 생애 첫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2225억원 늘리고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와 동계올림픽 지원을 위해 국민체육진흥기금 130억원을 증액해 271억원을 지원했다. 또 체육복권 발행을 통해 100억원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용으로 쓰기로 합의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중점 삭감항목으로 지목했던 호남선 전철화사업(4594억원)과전남도청 이전비용(372억원), 부산 신항(444억원), 김해공항 확장 2단계사업(300억원), 부산 지하철 3호선사업(498억원)은 모두 원안대로 처리됐다.

주요예산 증액내용(총9860억원)(단위:원)

구분

항목

정부예산안

증액

주요 내역

SOC투자

(4532억원)

국도건설

1조3884억

336억

-보령∼안면간 연륙교(신규·45억) -부안∼고창간 부창대교(신규·20억)

-김천∼추풍령(20억)

고속도로건설

1조2970억

601억

-경주∼언양(신규·100억) -동광주∼고서(신규·100억)

-대전∼당진(50억)/청주∼상주(50억)

지하철/전철

 

 

-서울3호선연장(30억·이하신규)/7호선연장(60억원)/인천1호선연장(25억원)/부산∼김해 경전철(30억)

-복선전철=원주∼제천(20억·이하 신규)/진주∼광양(20억원)/울산∼포항(40억원)

고속철도/항만

 

 

-경부고속철도(100억)

-거제 고현항(26억·신규)

농어촌지원

(2189억원)

부채대책이자보전

7030억

539억

 

기타

 

1650억

-생산조정제(810억.신규)/논농업직불제(110억)/대구획경지정리(100억)

교육 문화 복지

(1470억원)

교원처우개선

 

486억

-초·중등교원 수당차이 보전금

-보직 및 담임 수당 1만원씩 인상

기타

 

984억

-대구교육대 다목적관건립(이하 신규·14억)/광주교육과학원이전(50억)/인천교대부설초교토지매입(30억)

중소기업·정보화

(720억원)

대구종합무역전시장

 

70억

 

군산자유무역지역

540억

50억

 

테크노파크

300억

100억

현재 조성중인 6개외에 추가 조성비

국방

(530억원)

군인연금전출금

200억

241억

 

기타

 

289억

-국방과학연구소 연구개발(100억)/차기고속정(10억)

기타(446억원)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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