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獨 정보기관 예산 철저감시

  • 입력 2002년 11월 7일 06시 43분


국정원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정원이 밝힌 입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공개가 원칙이고, 다른 부처 예산에 흩어져 계상된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외국어대 김상헌 교수(행정학)는 “미국에서는 감사원(GAO)이 의회에 소속돼 정보기관 예산 사용 내용을 철저히 감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의회예산처(CBO)가 의원입법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김진욱 교수(경제학)는 “프랑스에서는 국정원에 해당하는 외부안전총국(DGSE)의 예산이 퐁스페시오(특별자금)라는 항목으로 잡혀 있으며 ‘정치권에 자금을 주기 위해 이 자금을 사용한 경우에는 처벌받는다’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도 마찬가지. 계명대 김유찬 교수(세무학)는 “독일 정보기관은 내무부에 소속돼 있으므로 내무부 예산 속에 정보기관의 예산이 잡힌다”고 말했다.

정보기관이 소요 예산을 수십년간 예산 주무부처의 예비비에 감춰온 관행은 다른 나라에서 그 예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정원법은 ‘국가기밀’을 ‘국가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인원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다른 국가 또는 집단에 대하여 비밀로 할 사실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회의 예산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것과 ‘국가기밀 비공개’ 원칙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획예산처 예비비에 정보예산을 끼워 넣도록 한 현행 제도와 관련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고 비효율적으로 지출될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실제로 심의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한결같이 제안한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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