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4000억 北 군비전용" "증거 내놔라"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34분


11일 국회 통일 외교 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4억달러 대북 비밀 지원설과 서해교전 정보보고와 관련한 군기(軍紀) 문란 논란 등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새로운 증거제시가 없어 대선을 의식한 상대방 ‘흠집내기’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받았다.

▽4억달러 대북 지원설〓한나라당 의원들은 ‘현대상선을 통한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근거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훈련 한번 제대로 못했던 북한군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 무려 100㎞가 넘는 지역을 누비는 대규모 기동훈련을 했다. 비행훈련도 50% 증가하고 해군의 사격 훈련도 5∼6배나 늘었다”며 “4억달러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북한 4억달러 군비 전용’으로 언급된 돈은 결국 산업은행에서 빼낸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대북 지원금의 진원지인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의 출처는 확인되지 않은 한 국내 일간지 기사”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잘못된 보고서를 인용해 4억달러 지원설을 퍼뜨렸다”고 맞받았다. 같은 당 이창복(李昌馥) 의원은 “한나라당이 말하는 비밀 자금지원 의혹은 증거도 실체도 없는 ‘유령논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는 답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돈을 지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지켜봐야 하며 남북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해교전 보고 묵살 및 군기 문란 논란〓한나라당은 김동신(金東信) 전 국방장관의 정보 묵살 의혹을 부각시킨 반면, 민주당은 5679부대(대북통신감청부대) 부대장이었던 한철용(韓哲鏞) 소장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김동신 전 장관은 고의로 정보보고를 묵살했으므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갑 의원은 “햇볕정책에 눈 먼 군 수뇌부의 눈치보기가 결국 소중한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존재 자체가 비밀인 정보부대 지휘관이 기밀서류를 흔들며 폭로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군의 내부 정보가 한나라당에 제보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며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같은 당 배기운(裵奇雲) 의원은 “한 소장의 행위는 심각한 군기 문란 행위이자 이적행위이므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군법회의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李俊) 국방부 장관은 “한 소장의 발언으로 아군의 통신감청 능력 일부가 노출돼 북한군이 암호체계 변경 등 통신 보안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병풍(兵風)’ 공방〓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일보에 보도된 ‘김대업(金大業) 면담보고서’ 문건을 제시하면서 “보고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현실로 나타난 것에 비춰 ‘병풍’은 민주당과 검찰, 김대업씨간의 사전교감에 의한 대선용 조작극”이라고 비난했다.

이인기 의원은 “현 정권이 김대업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을 내세워 검찰수사관을 사칭해 병무비리 수사 하도록 했다”며 “민주당 수뇌부와 검찰 수뇌부는 즉각 공작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황우여 의원도 “병풍은 아무런 실체가 없이 지난 6년 동안 ‘마녀사냥’에 쓰였다”면서 신속한 수사 종결을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이 병역비리 사건 수사에서 100여명의 전 현직 공무원과 관련자들을 조사하면서도 유독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와 장남 정연(正淵)씨는 왜 조사하지 않느냐”며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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